티스토리 블로그에 책 정보를 넣을 수 있던 플러그인 서비스가 중단되어서 네이버에 매달 읽은 책을 리뷰까지는 못하더라도 한줄 기록이라도 좀 해 둘까 싶다. 티스토리 책 정보 플러그인 좀 다시 뭔가 업데이트 해주길... 정말 불편하다. 사진 하나하나 찾아서 포스팅 하기가 영 귀찮아서...-나이 먹으니까 별게 다 귀찮다-. 다이어리에 그때 그때 짧게 적어두긴 하지만 지나고 보니 블로그에 적어두면 나중에라도 한번씩 다시 읽게 되는데 다이어리는 그 해가 지나고 치워버리면 꺼내보게 되질 않는다. 티스토리 작년 포스팅을 보니 엠마 아기때부터 쓰던 육아 블로그에는 글이 딱 하나, 내 블로그에는 두 개가 다다. 반성 반성...

박경리 <토지 1-16>

새해를 시작하면서 올해는 토지를 첫 책으로 읽고 싶어서1월 1일부터 읽기 시작했다.
몇번을 읽어도 좋지... 읽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대작을 썼을까 싶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해.
티스토리 블로그를 뒤져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게 2018년이었던데 몇년 지나면 또 한번 찾아 읽게 되겠지 아마도...

 

 최은영, <밝은 밤>
작년 하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이라 다시 한 번 읽었다.

한장 한장 읽어가며 남은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게 아쉬운 느낌 아주 오랜만이었다.
쇼코의 미소도, 가만한 나날도 참 좋아서 도서관에서 두번씩 빌려다 읽었는데 이 책은 책장에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아마도 곧 주문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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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어깨를 기댄 여자는 편안한 얼굴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내게 어깨를 빌려준 이름 모를 여자들을 떠올렸다. 그녀들에게도 어깨를 빌려준 여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자나, 조금이라도 편하게 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별것 아닌 듯한 그 마음이 때로는 사람을 살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기대는 사람도, 어깨를 빌려주는 사람도. 구름 사이로 햇빛이 한 자락 내려오듯이 내게도 다시 그런 마음이 내려왔다는 생각을 했고, 안도했다. p.300

Hans Rosling, <Factfulness>

 작년에 엠마가 빌려다 읽을 때 나도 읽겠다고 반쯤 읽다 말았는데 다시 빌려다 읽었다. 사실 나는 숫자나 통계로만 세상을 읽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정보를 접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하다. 어쨌든 엉망진창인 듯 보여도 세상이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고 있을 거라는 내 믿음은 틀리지 않다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됨. 넘쳐나는 정보와 뉴스를 현명한 시각으로 보고 판단하는 일, 끊임없이 노력하자.
 
은희경, <새의 선물> 
 
도서관에 예약해 뒀던 책들이 도착하기 전이라 책장에서 골라 오랜만에 한번 또 읽음.
 

 

신명호, <조선공주실록>
 
화완옹주, 덕혜옹주에 대해서 말고는 조선 공주나 옹주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당연히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을테니 책을 쓰면서 한계가 많이 느껴지기도 했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그 중에 존재도 잘 몰랐던 의순공주 이야기가 제일 마음에 남는다.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지만 조선 왕가에 대해 호감도 관심도 전혀 없다. 나의 이런 감정은 일제 식민지가 되는 과정에서 조선 왕실이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으로 말미암은 것이기도 하고, 특히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종종 고종이 마치 의병과 독립운동을 엄청 지지하고 노력했던 것처럼 그려지는게 진짜 심하게 마음에 안 든다. 나라는 엉망이 되어가는데 궁궐에서 커피나 쳐 마시고 있다가 남의 나라 공사관으로 도망이나 갔던 무능한 왕을 너무 미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별로다. 근데 사실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조선의 왕실 뿐 아니라 호주 살면서도 아침마다 영국 왕가 얘기가 그저 연예인 가쉽 다루는 듯 뉴스로 나오는 걸 보면 요즘 시대에 정말 저런 왕가가 필요한가 싶은 의문이 늘 들긴 하니까... 사람들은 왜 그 소식을 저렇게 세세하게 궁금해 하는 걸까... 잘 공감이 안 된다.

 

Matt Haig, <The Midnight Library>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살면서 무언가 결정하고 선택할 일들이 참 많지. 그로 말미암아 후회하는 일들고 저마다 참 많을테다. 이 책 읽으며 가만히 돌아보니 나의 후회는 주로 이것 말고 저걸 선택할 걸...이 아니라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순간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결론은, 그냥 닥치고 열심히 살자, 어차피 지나가는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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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천개의 파랑>

우연히 도서관에서 보고 빌려다 읽은 책인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영화도 소설도 SF는 내가 썩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데 요즘 우연히 읽은 몇몇 한국의 SF 작품들은 그간 보아왔던 서구 작가들의 작품과 다른 감성이 있어서 그런지 읽은 것들 몇몇이 생각보다 참 괜찮았다. 선입견 가지지 말고 다 읽어봐야겠다.

 

"그래도 우리가 불행한 미래를 상상하기 떄문에 불행을 피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상상보다 늘 나을 거예요. ..." <천개의 파랑>

 

정세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마음 속의 저울이 잘 작동하는 사람들과만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속의 저울은 옳고 그름, 유해함과 무해함, 폭력과 존중을 가늠한다. 그것이 망가진 사람들은 끝없이 다른 사람들을 상처 입힌다. 사실 이미 고장 난 타인의 저울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저 내 저울의 눈금 위로 바늘이 잘 작동하는지 공들여 점검할 수밖에. (p107) 

제대로 기억하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한다. 공동체가 죽음을 똑바로 애도하고 기억하고 전하지 않으면..... 죽은 자들을 모욕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억을 단단히 궅히지 못하는 공동체는 결국 망가지고 만다. (p116)

어느 정도까지 공격적으로 말해도 될 것인가가 오래 하고 있는 고민이다. '조신하게, 예쁘게 말해' 하는 식의 강요는 지긋지긋해서 굴절 없이 똑바로 말하고 싶은데 또 어느 선을 지나치면 따가운 공격성밖에 남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하면서도 부정적 감정의 발산으로 그치치 않도록 적정 수준을 찾는 것..... 고민은 하는데 매번 실패하는 느낌이다. (p119)

여자들의 삶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세계 곳곳의 여자들의 삶에 대해. 여자 이름으로 된 제목의 소설들을 많이 쓴 것은 그래서인것 같다. 하루는 처음으로 부르카를 입은 여자를 보기도 했다. 여자는 혼자 걷고 있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은 모두 평범한 랄프 로렌 셔츠와 나이키 운동화 차림이었다. 색색의 평상복 사이에서 혼자 눈만 남기고 검은 첮으로 휘감은 모습은 둔중하게 다가왔다. 어디까지가 당사자의 선택이로 어디서부터가 집단적 압력의 결과일지, 존중에서 비롯된 문화상대주의가 폭력에 대한 방관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는 지점을 어떻게 짚어낼지 항상 어렵게 느껴진다. 세계가 이렇게 망가지고 무너져가는 것은, 이 세계를 복원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가진 여성들이 교육과 사회 활동의 기회를 얻지 못해서가 아닐까 두려워하며 추측하기도 한다. 그 여성들이 잃은 가능성은 결국 인류가 잃은 가능성이 될 확률이 높아 조급해지지만, 여성이 극도로 억압받는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먼 곳에서도 지지를 보내기 예전보다 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모여서 강해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인권 단체에 기부를 하고 오지은의 <작은 자유>를 들으며 마음을 다진다. (p227)

 

올해도 기록엔 영 소홀했던 한 해가 되겠구나. 어차피 다 간 한해, 2022년엔 좀 더 신경을 써보자.
COVID 때문에 늘 거기서 거기인 하루하루라는 핑계로 게을러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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