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국내도서
저자 : 유시민
출판 : 생각의길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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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분이라 유시민 작가님 책이 일단 도서관에 보이면 얼른 집어다 읽는 편이다. 유시민 작가님(현재 직함은 이사장이지만 나는 이렇게 부르는게 좋다)의 책들은 말하듯이 쓰여진 글들이 대부분이라 읽자고 마음 먹으면 후딱 읽어지는 책들이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말투와 억양 몸짓이 그대로 그려지면서 마치 내 옆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라 훌훌 읽어내렸다. 쉽게 쓰여 있는 책이고 후딱 읽혀지는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이것저것 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참 나를 표현하는 기술이 조악한 사람 중에 하나구나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더랬다. 말, 글, 그림 혹은 몸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춤 등등... 그 어느 것에도 자신있게 잘 할 수 있다는 게 없다. 사실 그 중에도 늘 제일 잘 하고 싶었던 건 글쓰기였고 20대 초반에는 내가 역사가가 되어 연구자를 상대로 한 글이건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글이건 글을 쓰면서 먹고 살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던 열정만 넘치는 사학과 대학생 시절을 지나 점점 머리가 굵어지고 선배 연구자들이 쓰는 논문, 대중서들을 읽다보면 나는 이렇게 쓰는 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만 자꾸 늘어갔던 것 같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다 30대에는 어쩌다보니 전혀 다른 곳에서 다른 방향으로 인생길이 흘러가게 되었고, 남의 나라 말 배운다는 핑계로 일기조차 안 쓰고 15년을 살았고, 이제는 영어는 안 느는데 한국어는 점점 퇴보하는 이상한 지경에 이르렀다. 나이를 먹고 보니 어릴 때와 달리 유려하고 멋드러진 문장을 쓰는 것 뿐 아니라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글을 쓰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글은 나를 드러내는 일인데, 남에게는 커녕 나 스스로에게도 온전히 솔직하게 나를 내보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걸 느끼기 때문이다. 어느 것도 그냥 얻어지는 일은 없다. 자꾸만 끄적거려보자. 일기장에 블로그에.... 

오랜만에 보는 정훈이 만화가의 그림과 그의 이야기도 반갑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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