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블로그에 기록을 해 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일기장에는 몇줄 감상을 적어뒀었는데...

난 한국영화가 오스카에서 외국어 영화상이 아닌 상을 받는 날을 내 눈으로 직접 볼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워낙 잘 만든 영화라 이번에도 국제영화상은 당연히 받고 각본상을 과연 줄까? 의심하고 있었는데 예원이 픽업하러 갔는데 엠마가 만나자마자 본인 핸드폰 뉴스 업데이트 앱에  South Korean movie Parasite가 역사를 다시 썼다는 뉴스 알림이 떴다고 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확인했더니 무려 4관왕인데 그게 각본 감독 작품상까지 싹 다 쓸어담았다고 해서 정말 엄청나게 기분 좋게 놀랐다. 사실 일면식도 없는 남의 일인데 (아무리 내가 봉준호 감독의 오랜 팬이라고는 하나...) 마치 내 일인 것처럼 아직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주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한때 업으로 삼아도 좋겠다 생각하고 고민했던 분야의 일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너무 기분 좋아서 아카데미 수상 기념으로 극장에 가서 다시 한번 봤다. 아마 내 생에 남의 일로 가장 흥분했던 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나 사실 국뽕 꽉꽉 채우는 글도 컨텐츠들도 진짜 극혐인데... 이 시점에선 그냥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많은 분들... 그 분들이 지금 한국을 보면 참 좋아라 하시겠다. 사회 이곳 저곳 모순도 많고 뜯어 고치고 뒤집어 엎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그런 나라지만 그 분들 살던 그 시절, 그냥 내 나라 내땅에서 우리가 알아서 지지고 볶고 사는 것 하나도 맘대로 안 되던 그때 목숨바쳤던 그 양반들이 지금을 보면 그래도 참 좋아라 하시겠구나.... 문화의 힘이 센 나라가 되는 것이 소원이라던 김구 선생님의 글도 괜히 머리속을 한번씩 맴돌고 그렇다.

어쨌든 기분좋은 뉴스 덕에 며칠 흥분된 날들이었다. 아카데미 수상 기념으로 극장에 다시 올라왔길래 기념삼아 다시 한번 보고 왔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마음에 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시민, 정훈이 <표현의 기술>  (0) 2020.06.23
6월의 독서  (0) 2020.06.22
여행스케치  (0) 2020.01.19
Ride Like a Girl & Maleficent: Mistress of Evil  (0) 2019.11.07
책을 읽다가...  (0) 2019.08.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