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모든 곳이 다 Lock down이 되어 있을 때 집에 있는 책으로 연명하다가 지난 달 말에 도서관 다시 오픈하고 얼른 책 빌리러 번사이드로 갔다. 안 간 사이 2020년에 새로 들어온 책들이 꽤 있어서 몇 권 골라 왔다. 한꺼번에 다 읽어치우면 또 나중에 아쉬울까봐 일단 좀 골라서. 가져온 것들 네 권 남았으니 조만간 또 다녀와야겠구나.

 

고 온 GO ON 1~2 세트
국내도서
저자 :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 조동섭역
출판 : 인터파크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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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후반부터 80년대까지의 미국 사회를 한 가족의 이야기로 흥미롭게 쓴 책이었다. 사실 표지를 보고는 이 책이 내 취향이 맞을까 싶었는데 반신반의 하면서 첫 장을 연 후에는 끝까지 쭉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주인공 앨리스를비롯한 등장 인물들 개개인이 인생의 선택지에서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책이었고, 주인공 앨리스의 당차고 성숙한 성장 과정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읽으면서 쭈욱 그들 인생의 배경이 되는 미국 사회의 모습이 마음에 더 콕콕 박혔다. 책에서 묘사된 갈등의 모습들이 지금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이나 젠더 갈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양 극단으로 치달은 이념 갈등의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해서 주인공 앨리스와 함께 심란해 하기도 하면서... 그 세월을 지나고 지나 미국은 결국 트럼프를 선택했고, 지금... 저런 모습이 되어있는데 한국은 과연 어떤 길로 가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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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문득 깨달았다.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갈등이 우리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잡아끈다. 인간은 누구나 꿈과 야망이 있고, 여러가지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가장 매력적으로 여기는 한가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분명 다른 유혹이 있고, 포기하기 아쉽더라도 못 본체 눈 감아야 한다. 그 아쉬움은 뇌리에 지속적으로 남아 시시때때로 유혹의 말을 속삭인다. 끊임없이 겪어야 하는 내적 갈등 역시 우리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다른 길을 가겠다고 결심한들 과연 지금껏 걸어온 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떤 길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지 알고 있는데 다른 길을 갈 수 있을까?" 

-Go On 중에서

 

곁에 남아 있는 사람
국내도서
저자 : 임경선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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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쓰여진 일곱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었다. 마음에 턱 하고 와 박히는 것이 없어도 다들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 마음도 편안하게 후딱 읽어내린 소설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읽으면서 마음이 울렸던 작품은 아들과 어머니의 첫 여행길이 아들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는 '우리가 잠든 사이'였다. 읽는 내내 울 엄마가 참 보고 싶었다. 내가 호주로 떠나온 15년 동안 살기 바빠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전화통화로만 아쉬움을 달래야 했던 우리 모녀. 어릴 땐 내가 자라면 엄마랑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많은 곳을 갈 수 있을거라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멀리 와 버렸다. 둘이 특별한 여행을 커녕 오붓하게 만나 밥 먹기도 어려운 이 물리적 거리가 새삼 아팠다.

 

비탄의 문 1~2 패키지
국내도서
저자 : 미야베 미유키(Miyabe Miyuki) / 김은모역
출판 : 인터파크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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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테리 소설은 그리 팬이 아닌데, 이 곳 도서관 한글책 코너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여러권 있어서 어쩌다보니 꽤 읽었고, 올해 새로 들어온 미야베 미유키 책이 있어서 빌려봤다. 전반적으로 읽는 동안 책에 대한 나의 인상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기분이었는데 미스테리였다 갑자기 이게 판타지인가? 싶다가 뭐 그런 기분이었는데 결국 결말은 무난하게 끝난 기분? 일본 소설들을 읽다보면 이상하게 주인공들 감정 묘사나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좀 갸우뚱 해지는 부분들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것도 역시 몇몇 그런 부분이 있었다. 예전에 일본 영화 많이 볼 때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암튼 이 소설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내뿜어지는 많은 가시 돋친 말들의 위험성, 익명이지만 결국 그 위험한 말은 자기 자신의 거울이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소설의 문제의식에는 100% 공감한다. 다만 판타지 소설은 매우 취향이 아닌 나는 다른 차원에 있는 세계를 오가고 현실이 아닌 존재들이 등장하는 이야기 흐름이 즐겁게 읽히지 않아 아쉬웠을 뿐이다. 소설 전반부의 느낌대로 끝까지 갔으면 오히려 꽤 즐겁게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Go on을 읽으면서 상황마다 영리한 선택과 그에 수반하는 충실한 노력으로 인생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앨리스에 감탄하고 바로 이 책을 읽었더니 주인공 고타로가 참 답답했달까. 이해해 주려고 나이 탓을 해볼까 해도 앨리스는 그 보다 어린 나이에도 더 똘똘하게 살았거든...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국내도서
저자 : 정이현
출판 : 현대문학 201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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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일탈을 꿈꾸지만 막상 일상을 벗어날 용기도 추진력도 없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같은 소설이랄까? 어느 부분은 내 모습과도 겹쳐 보이기도 하고... 읽는 동안 내내 답답했지만 주인공들의 외로움이나 일상의 고단함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국내도서
저자 : 황세연
출판 : 마카롱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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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못만든 드라마 한편 보고 난 기분이었다.
이것저것 잔뜩 벌려뒀는데 끝에 가니 "뭐야 이거 코메디였어?" 한 기분.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국내도서
저자 : 양귀자
출판 : 쓰다 20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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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책인데 20년도 훨씬 전이라 완전히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출간되었던 그 당시로는 굉장히 파격적인 자극을 준 소설이었겠지만 지금 읽으니 몇가지 아쉬운 부분들도 눈에 띄지만 어쨌든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을 소설임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다 읽고 나니 그 때도 이 소설 결말이 싫어서 한번 읽고 다시 안 읽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지만 결국 소설에서는 작가가 제기한 문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들도 꽤 보여서 그런 점들이 아쉬웠는데 처음 출간되던 시대를 생각하면 아쉬움 한자락 쯤은 접어둬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반가웠고, 이 소설을 영화화 했을 때 주인공 민주 역을 최진실이 했었는데... 하면서 죽은 그 당시의 톱스타를 한번 떠올려 보기도 했었다. 이 소설이 작년에 재출간 되었다는게 조금 신기하기도 했으나 요즘 젠더갈등이 워낙 큰 문제라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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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온한 일상을 마치고 나면, 새롭고 긴장된 밤이 오는 것이다. 얼마나 훌륭한 하루인가. 그렇고 그런 일상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나른한 몸으로 귀가하여 역시 그렇고 그런 밤을 보내는 벌레 같은 삶을 나는 경멸한다. 미지를 향한 끝없는 발돋움, 삶이란 그 한없는 떨림의 공명한이 아니던가.

언론이 즐겨 사용하는 말에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것이 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영 비위가 상한다. 단언하건대, 사회를 어지럽히는 인사는 있을 지언정 사회를 지도하는 인사는 없다. 대단찮은 학식이나, 상업주의 언론에 이름을 팔은 속된 명성으로 자신을 지도층 인사라고 생가하는 사람을 나는 가장 혐오한다. ····· 그 누구도 어떤 다른 사람을 지도할 수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살 뿐이다. 선각자는 있어도 지도자는 없는 것이다. 자신을 내던져 새로운 것을 꺠우치는 일은 존중받을 수 있으나 아무것도 표기하지 않을 채 남을 지도하려 드는 일은 조롱받아 마땅하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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