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인 토요일, 저녁을 먹고 치우고 소파에 늘어져 그 전날 방송했던 슈가맨3를 틀었다.

두번째 슈가맨이 여행스케치였다.

유희열이 첫 소개멘트로 '시골 할머니집'이 연상된다고 하자마자 남편이랑 나랑 동시에 '여행스케치!!!'라고 외쳤다.

정말 한 20년도 넘게 만에 보는 것 같은 남준봉은 당연히 나이를 먹긴 했지만 그 때 그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노래하는 목소리는 정말 전혀 늙지 않아있었다. 아.... 오랜만에 듣는 노래들에 가슴이 왈랑왈랑... 이런 기분을 느낀게 대체 얼마만이람.

내 방에 앉아 밤에 소니 워크맨으로 아마도 여행스케치 노래를 처음 알게 되었을 라디오를 듣던 기억, 그 노래들을 들으며 걷던 상계동 16단지 아파트의 겨울 밤 공기, 대학시절 학교에서 집에 오가는 길 버스 안에서 아마 여행스케치 4집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한강대교를 건너며 수없이 보았던 서울의 야경, 학교 축제가 있던 밤이면 과 주점에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함께 불렀던 일들,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보던 공연들....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왈칵 올라오는 시간이었다.

그리운 그 때 그 시절,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나의 90년대, 사랑하는 내 청춘.

이민 와 살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이럴 때이다. 나의 과거와 공간적으로 너무 단절된 삶을 살다보니 추억 자체가 지속되지 못하고 어느 시점에 그냥 박제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어제 밤은 15년 호주살이 중 몇 번 안되는 정말 한국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나의 옛날이 진심으로 그립던 밤이었다.

 

리허설 동영상들 밖에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쉽지만 이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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