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종일 너무 바빴고, 오늘은 쉬는 날.
생각했던 게 있으니 아침 일과 마치고 커피 한잔 내려 패드에 네이버 블로그 앱부터 깔다가
내걸로 맥북 에어나 하나 살까 생각이 들었다
집에 일반 랩탑 네개에 엠마 맥북프로 하나 아이패드 두개 서피스 하나가 있는데
이 죽일 놈의 물욕!
블로그 마지막 글을 보니 엠마 열여섯 되던 때였던데
지금 그 사춘기 소녀는 만 18세
작년 11월에 13년을 다닌, ELC까지 더하면 15년 6개월을 다닌 캠퍼스를 드디어 떠나고
지금은 세상만사 행복한 대학생이 되었다
SACE를 일찍 시작했으니 12학년이면 맘이 좀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9학년때부터 몇년째라 마지막 해엔 오히려 지겨워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나마 학교 leadership role을 맡아하고, 외부 co-curricula하면서 그 지루함을 극복하고 꾸역꾸역 한해를 보내는 아이를 옆에서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불어 입시생 스트레스 케어도 해 드리느라 나도 지침.
학교 결정하는 것도 진짜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일단 우리 딸은 멜번을 너무 좋아하고 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고딩시절 내내 특이하게도 under-graduate 의대보다 post-graduate 의대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이게 여기 입시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특이한 생각이냐면 호주에서 의대는 대학 랭킹과 상관없이 undergraduate 코스를 졸업한 걸 훨씬 더 인정해준단다.
예를 들면 멜번대학이 월드 랭킹이 제일 높지만 여긴 undergraduate 의대 코스가 없어서 바이오 메드 코스를 하고 GAMSAT과 인터뷰 과정을 거쳐서 다시 postgraduate med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멜번 postgraduate 출신보다 다른 undergraduate 출신을 더 쳐준다는 얘기.
그러다보니 의대 지망생 중에 고등학교 때 입시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대부분 undergraduate 코스로 빠지고 (심지어 G8대학 아니어도) 떨어진 아이들이 이 과정을 선택하다보니 그런 편견이 좀 있다고 한다. 참고로 G8 대학은 Melbourne, Sydney, UNSW, UQ, Monash, Adelaide, ANU, UWA 이렇게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연구 목적이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학벌 줄세우기 없는 호주에서 그게 전체 커리어에 영향을 주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시작이 훨씬 쉽다는게 입결의 큰 차이를 만드는 것 아닐까?!
일단 애들레이드, 모나쉬 (undergraduate) 멜번,시드니, ANU(postgraduate) 중에 UCAT 점수가 충분치 않아 (엠마는 95퍼센타일이었는데 interstate 의대 인터뷰 오퍼를 받으려면 최소 98, 안전하려면 99퍼센타일을 받아야 함) 모나쉬는 인터뷰 오퍼를 못 받았고 나머지는 다 붙었으나, 멜번은 trinity college(멜번 가면 들어가려 했던 일종의 기숙사)에서 꽤 큰 장학금을 받아서 진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다면 undergraduate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변인 모두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애들레이드로 결정했다. 멜번 보낼 생각에 심란했는데 일찍 안 떼어놓아도 되어서 너무 좋았다.
막상 학교 시작하고 나서는 그때 그렇게 결정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세상 행복해하면서 학교 다니는 중이다. 막상 들어가보니 왜 undergraduate를 가야 하는지 알겠단다.
Trinity college 장학금 포기한 거 좀 아쉬웠는데 Adelaide uni에서 Future leader scholarship을 받게 되어서 매년 15,000불씩 현금으로 어카운트에 들어오니 이젠 그마저 아쉽지 않단다. (넌 아쉬울거 없겠지만 난 혹시 몰라 트리니티에 낸 non-refundable deposit 3800불이 매우 아깝단다.😭) 어제는 센터링크에 youth allowance 신청도 했는데 이럴 땐 진짜 다 큰 것 같다. 늘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 내 딸은 지금도 친구들이 넌 무슨 시간에 그걸 다 하냐고 의아해 할만큼 이것저것 하면서 재미나게 지내고 있다. 스트레스 만땅의 고3, 지 마음에 안 차 엉엉 울기까지 했던 입시성적, 어디 갈지 머리 터지게 고민한 2달 정도의 시간을 보냈으나 결과가 좋으니 다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성적관리는 물론 UCAT과 의대 인터뷰 준비까지 모두)을 과외나 어떠한 외부 도움 없이 혼자 다 해낸 내 딸 진짜 대단하다!!!
어쨌든 이러저러하게 작년 한해를 보내고 나는 올해부터는 나를 위한 시간을 좀 더 보내는데 익숙해지는게 목표다. 생각해보면 아이 케어가 내 일상의 가장 중심이었던 시간이 거의 20년이다.
지난 번에 멜번에 엠마랑 둘이 갔을 때 아이가 친구를 만나러 간 시간동안 멜번 CBD를 내 발길 닿는 대로 내 속도대로 내 취향대로 돌아다니는데 그 시간이 참 좋으면서도 매우 낯설었다. 나는 이런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낯설까?
그래서 올 한해의 숙제는 나를 위한 시간 보내기, 남편이랑 둘이서 재미나게 많이 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