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의 한강 소설 세 권(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을 포함해서 2월에 읽은 책들. 

김영하, <오직 두 사람>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은 후유증이 너무 엄청나서 가볍게 읽을 요량으로 빌려둔 책 더미에서 단편집을 골랐었다. 
헌데 <아이를 찾습니다>의 무너져버린 가족의 이야기에 슬프고 무척 아파서 한동안 또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다. 
아이가 생긴 후로는 유난히 더 아이들이 학대 당하는 이야기나 아이를 잃은 부모에 관한 이야기는 뭐든 참 소화시키기가 어렵다. 
넷플릭스 소년심판도 그래서 시작도 못하고 있음. 
 
 

기욤 뮈소 <아가씨와 밤>

 

훌훌 읽어 치우기 좋은 그냥 딱 기욤 뮈소의 소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1>

작가이서수, 김경욱|김멜라|박솔뫼|은희경|최...출판매일경제신문사발매2021.09.10.
대상을 수상한 이서수 작가의 작품과 자선작 두 작품 모두 도시의 주거 문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내내 참 답답했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의 주거 문제가 안정되는 날이 오기는 올까 항상 궁금하다. 자본주의,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모두가 열망하는 욕망의 열차에 탑승했다고 마냥 비난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원칙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그 선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더 문제다. 사실 이번 대선 돌아가는 꼴을 보면 다들 대의를 외치고 있지만 제각기 자신의 욕망이 가장 중요한 일이구나 싶어서 점점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이 염세적이 되기도 한다. 안 그러고 싶은데....
 
하지만 이 소설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은 은희경의 <아가씨 유정도 하지>였다. 
 
 

정유정 <완전한 행복>

처음 몇 페이지 읽으면서부터 아.. 이거 고유정 사건이 모티브구나 싶어서 소름이 쫘악 돋기 시작했다. 이미 시작부터 읽는 사람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뻔히 알게 만들어 놓고 결국 끝까지 손에 땀을 쥐며 읽게 만드는 것도 참 대단한 필력이다. 시작부터 뒷 목덜미가 짱짱하게 긴장하기 시작해서 소설 덮을 때까지 쭉 그 상태라 읽고 나서 기가 다 빨린 기분이었다. <종의 기원> 읽으면서도 비슷한 상태였던 것 같네. 다만 그 긴장감에 비해 결말 부분이 좀 뭔가 아쉽긴 했는데 또 그렇게 안 끝내면 뭐가 제일 좋았을까 누가 묻는다면 나도 모르겠다. 나는 작가는 아니니까. ^^; 헌데 이렇게 빨리 그 사건이 글감이 되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피해자 가족들에게 당연히 양해는 구했겠지?! 
 
작가의 말에서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는데 바로 뒷표지에도 적혀 있는 글이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읽힌다는 바로 그 말. 개개인은 모두 '특별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기도 하다는 바로 그 말. 실은 아이 키우면서 딸에게 어릴 때부터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함부로 대할 자격은 세상 누구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 아이에게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스스로에게도 내내 다짐하고 새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어 헨드릭스 <익명의 소녀>

읽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이어리에 기록해 둔 제목을 옮겨 검색해 놓고 무슨 내용이었더라... 하고 한참동안 생각해야 했다. 책은 이미 도서관에 반납해 버렸고... 
결국 정신나간 심리학자와 젊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쓴 심리 스릴러였다는 걸 기억해냈지만 그만큼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취향도 아니었던 책.
 
 
 
 
 

심윤경 <설이>

고아 소녀 설이의 이야기. 기억을 못해서 안 읽은 책인줄 알고 빌렸는데 읽다보니 전에 한번 읽었던 기억이 났다. 개인적으로 심윤경의 <오래된 정원>은 내가 참 좋아하는 소설이기도 한데 나도 다른 독자들처럼 그런 생각을 했었다. '동구가 너무 불쌍해' '동구는 할머니랑 같이 시골에 내려가서 행복하게 살았을까?' 이런 생각 하면서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작가가 그 동구에게 사과하는 마음으로 썼다는데 적어도 소설 마지막에 설이는 어디서든 제 몫하며 살 수 있으려니... 그렇게 생각하게 되긴 했다. 소설 후반부에 이모가 설이가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발견되게 되는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 해 줄 때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도 각종 간접경험들로 유추해 봤을 때 '어떤 놈들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라는 생각이 함께 들어 좀 씁쓸했다. 설이도, 동구도 모자란 어른들 덕에 상처받은 모든 아이들이 그래도 조금은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작가강화길, 최은영|이현석|김초엽|장류진|장...출판문학동네발매2020.04.08.
대상 수상작 강화길의 <음복>이 참 좋았다. 명절, 혹은 제사날의 이 이상하고 불균형한 풍경을 이렇게 꼭꼭 집어주는 이 짧은 소설이라니. 
뭣 모르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강릉 큰집에만 가면 펼쳐졌던 그 불쾌한 느낌이 다시 쎄하게 고개를 드는 기분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 집에서 나는 아들 딸 차별이라는 건 아예 느끼지도 못하고 길러졌는데 그래서 아마 큰집에만 가면 완벽하게 달라지는 내 위치가 그 어릴 때부터 참 싫었던가보다. 국민학교 입학도 하기 전 한살 어린 사촌 남동생이 나한테 여자가 어쩌고 하고 까불다가 우리 아빠한테 눈물 쏙 빠지게 된통 혼나고 그 후에 함부로 그런 말 못하긴 했지만...  
암튼 매우 책 끝까지 읽고 마지막에 음복을 한번 더 읽고 책을 끝냈다.  
 
 

리사 팰트먼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과학 관련된 대중서를 읽을 때면 항상 느낀다. 아... 나는 진정 이과적 사고는 참 모자라거나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구나. 

뇌과학자가 대중을 위해 되도록 쉽게 쓴 책이라는 건 읽으면서도 알겠는데 그런데 그 내용이 쏙쏙 그대로 들어오질 않아서 읽은 부분을 다시 읽어 내용을 정리해야 하거나 작가가 과학적인 사실을 문장으로 제시하면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거기서 가지친 다른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린 책이다. 게다가 나처럼 기본적인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부록에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다 읽어야 했었는데 그걸 그냥 각주로 달아줬으면 읽기는 더 편했겠다. 읽다가 계속 책 뒤페이지를 넘겨야 해서 살짝 귀찮았음. 나보다 우리 딸이 오히려 이해 잘 할 것 같은 책이다. 엠마도 읽어보라고 빌려 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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