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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재우고 나를 위해 얼그레이를 한잔 우렸다. 아- 이 향기 정말 매혹적이야.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조용한 밤, 나를 위한 차 한잔을 옆에 두고 혼자 쓰는 시간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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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월이 훌훌 흘러서 20일이 넘어간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 물론 이 말이 여기서 매우 중요한 일이며 어려운 일이라 확신하고 있는 육아를 폄하하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매일 예원이랑 집에서 시간 보내느라 하루하루는 길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건만 뭉텅이로 뭉쳐진 시간들은 정말 무섭도록 빨리 흘러간다. 나의 보석같은 딸아이는 벌써 17개월이 되어가는구나. 시간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으면서도 일단 예원이가 낮잠을 자거나, 밤에 재워놓고 내 시간이 생기면 아무것도 안하고 늘어지게 한 30분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거나 여하튼 그러고픈 마음이 먼저 생긴다. 바지런하게 밀린 집안일을 돌보거나, 책을 먼저 펼쳐들기는 커녕, 심지어는 웹서핑도 귀찮고 말이다. 핑계는 예원이가 깨어있는 때 최대한 많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함께해 주고자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때때로 마음과 다르게 그렇지 못할 때가 있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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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www.rogerfederer.com

Indian Wells에서 BNP Paribas 오픈 진행중이다. Foxtel 설치해서 이제 테니스, 야구, 축구 중계 다 볼 수 있다. 롤랑가로스랑 윔블던도 오프닝게임부터 다 볼 수 있다. 어제, 오늘 WBC도 봤다. 챔피언스리그 8강도 8일부터 해준단다. 아유 신나라.. 움화화~ ^^; (여기서 잠깐 딴얘기, 폭스텔 설치하러 왔던 청년 하나가 무지 잘 생겼었음. 에릭 바나랑 똑 닮았다. 허우대도 훌륭했다. 오빠랑 둘이 옆에서 한국말로 감탄하고 있었다. ^^;;)  우야든동, 다시 테니스 얘기로 돌아와서 페더러는 오늘 무사히 4강 안착, 앤디 머레이와 4강에서 붙는다. 아마도 결승에서 또 나달과 우승컵을 다툴 확률이 매우 커 보인다. 작년부터 정말 힘들구나 페더러. 호주오픈 우승 놓치고 우는 것 보면서 마음 짠했는데 두바이에선 등 다치고... 부상이 좀 어떤지 궁금하긴 하다. 페더러 웹사이트 들어갔더니 feeling much better라고 적어 놓긴 했던데... 여름에 아빠 된다는데 아이 태어나면서 페더러 테니스에도 다시 한번 힘이 붙었으면 좋겠다. 어휴.. 헌데 나달이 워낙 성장해서 쉽지 않아보이긴 해. 뭐 사실 페더러가 지금까지만으로도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선수인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페더러가 기껏 스물 여섯까지의 나이에 이뤄낸 기록만 벌써 몇개인가?!!!라고 늘 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 중이다!- 샘프라스의 14회 그랜드슬램 우승기록은 깨고 멋지게 뒤로 물러났으면 좋겠다. 어쨌든 여전히 나는 페더러 시드가 2번인게 너무 적응 안되고, 서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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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더위에 정말 크게 데었는지 요즘 날씨 참 좋은데 그냥 좀 흐리고 비도 오고 약간 쌀쌀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늘을 보면 참 맑고 깨끗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비가 안오니 서운하다는 마음이 든다. 아- 여름 끝무렵, 시원하게 내리는 빗속에서 맡아지던 유칼립투스의 상쾌한 향이, 마음을 알싸하게 만들던 그 향기가 코 끝에 어린다.

지금 만일 비 오는 밤이라면, 이 얼그레이 향도 더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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