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또 한해가 다 갔다.
서른이 넘은 뒤론 참 시간도 빨리 가고, 한해 한해 숫자는 커지는데 그게... 참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다.
이젠 내 나이도 정말 낼모레 마흔이라는 말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숫자가 되었다는 게 참 믿기지가 않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는 어른들 말씀이 정말 뼈속 깊이 와 닿으며 문득 몇년 남지 않은 40대엔 어떨까 겁도 난다.

2012년, 개인적으론 연말 대선 결과로 인한 멘붕을 제외하면 제법 평온한 한해였다.
눈에 띄게는 아니어도 바닥부터 시작했던 이국땅에서의 삶이 이제 제법 자리를 잡고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우리 스스로를 토닥토닥 수고했다고 다독여줄 수 있었다는 사실도 감사한 일이고, 너무 감사하게도 내 작은 딸아이는 초보 부모에, 낯선 육아 환경과 교육환경으로 늘 시행착오를 거치는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참 어딜가도 적응 잘 하고 밝은 아이로 잘 자라주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생각이 달라지는 건... 아니 어쩌면 이건 나이탓이 아니라 이민 초기의 여러가지 마음고생으로 인해 인생관이 상당히 달라진 영향일 것 같긴 하지만 어릴 때처럼 신년 계획으로 몇가지 목표를 정하고 그것들을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저 별일 없이 하루하루 평안하게, 평범하게,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다는게 사실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올해엔 엠마 입학시키고 새로운 환경에 아이도 적응 기간 보내고
더불어 나도 새로운 부모들 만나 사람도 다시 사귀고 어쩌고 하다보면 금방 상반기 후딱,
하반기엔 나도 마음 먹은 일 시작하면 또 후딱~ 금방 다시 크리스마스 오고 연말이겠네.
부디 내년에도 온 가족 건강하고 특별한 일 없이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한해였으면 더 바랄게 없겠다.
특별한 일이 좋은 일이라면 환영이지만.

선거 이후, 우리 부부는 한국 국적 포기 결심. 우리나라는 이중국적이 허용 안되기 때문에 호주 시민권을 받으면 전자여권 소지자의 경우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이 말소된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 늦어도 몇개월 후면 우리 가족은 서류상으론 호주 시민권자가 되어 있겠지.
국적이 바뀐다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여러가지로 착잡하기도 하고, 마음도 허하고... 의미가 남다른 일이 될 것 같다.
합법적 호주 거주기간에 대한 조건이 충족되기 때문에 시민권 취득 절차가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더라.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건가 싶게... 

어쨌든, 또 한해가 가고 다시 새로운 한해가 왔다.

내년 이맘때, 우리 딸은 또 얼마나 자라 있을까.
늘.... 비슷한 나날들을 특별한 하루하루로 만들어주는 내 고마운 딸.
날마다 날마다 우리 더 사랑하며 살자.
더 많이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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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레이드 최고 기온이 43도 까지 올라가던 어느 날,
더웠던 바로 전 날 수영장에 가서 종일 놀다 왔더니 예원이가 너무 타서 비치에 놀러갈 마음이었는데 마음 바꾸고 극장으로 피서.
사실 극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피서지이지.

아....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었다. 엉엉~~~ ㅜㅜ
예원이도 너무 신나게 봤는데 예원이에겐 조금 슬펐던 영화란다.
이유는 결국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중간에 샌디가 피치한테 당하는 장면이 너무 슬펐더란다.
나중에 샌디가 돌아오니 정말 환희에 차더라는....

레미제라블 진짜 보고 싶은데 예원이랑 같이 볼 수는 없으니...
그래도 이건 꼭 극장에서 보고파서 샘물이랑 예원이 놀라고 하고 나는 보러 가야겠다. 놓칠 수 없어.
나는 레미제라블, 샘물은 호빗 보기로 합의 했음. ㅠ.ㅠ 언제쯤 둘이 영화 보러 갈 수 있을라나.


마루 밑 아리에티 (2010)

The Borrowers 
7.9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시다 미라이, 카미키 류노스케, 오오타케 시노부, 타케시타 케이코, 후지와라 타츠야
정보
판타지, 애니메이션 | 일본 | 96 분 | 2010-09-09

예원이 보여 주겠다고 샘물이 다운 받았둔 건데 내가 더 재미있게 봤다.
오랜만에 지브리 작품을 보니 마음이 따땃해지는 게 참 좋았다.
아기자기 예쁜 그림도 너무 좋았고... 사실 나는 아직도 3D애니 보다 이런 그림이 훨씬 좋긴 해.
역시 약간의 기복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역시 지브리는 지브리.

엠마는 포뇨를 제일 좋아하는데 나는... 의외로 포뇨는 별로였...-_-;;;
생각난 김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보고 싶네.

그런데 다시 한번 느끼는 건데 역시 애니 더빙은 성우들이 하는게 제일 나아.
예원이가 일본어도 못 알아듣고, 자막도 못 읽으니 그냥 더빙으로 봤는데 전혀 거슬림 없었다.
샘물이 디즈니 애니들도 가끔 2오디오로 되어 있는 걸 받아서 가끔 더빙판을 틀어보면
정말 참고 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진짜....
얼마 전 Ritz님이 마당을 나온 암탉 리뷰를 쓰시면서 배우들 연기가 너무 거슬렸다고 하셨는데
예전에 나도 그거 보면서 문소리, 유승호... 진짜. -_-;;; 이랬던 기억이 나도 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2012)

Trouble with the Curve 
8.1
감독
로버츠 로렌즈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매튜 릴라드
정보
드라마 | 미국 | 111 분 | 2012-11-29

클린트 이스트우드 나오고, 야구 영화고....
사실, 그냥 그런 스포츠 영화였는데 일단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늘 별로 지루함 없이 재미나게 봐 진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이렇게 말 하지만 사실 볼 땐 너무 재미나게 봤다.
나이 먹을수록 해피엔딩이 좋아서 (찌질한 현실을 영화에서도 보고프지 않다.ㅜㅜ) 좀 대책없는 해피엔딩도
개인적으로 나쁘진 않았는데 조금 냉정하게 보자면
그다지 짜임새 있는 각본도 아니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름값으로 관객에게 주는 기대에 비하면
그에 못 미치는 영화였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두 부녀를 연기한 배우들, 역시 연기는 참 좋더라.
저렇게 나이를 먹어도 저리 멋지게 연기하는 배우라니... 보는 내내 감동이었어. 


 


원 데이 (2012)

One Day 
8.2
감독
론 쉐르픽
출연
앤 해서웨이, 짐 스터게스, 라프 스팰, 패트리샤 클락슨, 로몰라 가레이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07 분 | 2012-12-13

앤 해서웨이 너무 예뻐.

영화 끝나고 기분은.... 예전에 제니퍼 러브 휴잇 나왔던 If Only 봤을 때랑 비슷한 기분.
내가 훠얼씬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그때보다 안타까움이 훨씬 컸던 것을 빼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상투적인 말이지만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한세월 살 수 있다는 건.
너무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기에 서로 늘 실감하진 못하지만 정말 큰 행복이고 축복인게다.

그나저나... 다시 한번.
레미제라블 꼭 보러 가야지.
거기 앤 해서웨이 또 나오잖어. 꼭 봐야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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