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한국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참 기가 차다. 더 진일보한 사회는 둘째 치고 일단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의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사회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전두환 마누라 이순자의 말도 안되는 인터뷰에다 지만원인지 뭔지 별 그지같은 인간에 대한 얘기들이며 체육계 지도자라는 인간들이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을 일삼았고 심지어 여자선수들이 어린 나이부터 성폭력에 시달렸다느니... 태극기 부대들이 학살자 집 앞에 가서 집회를 하며 지들을 밟고 구인하랬다나 뭐라나.. 대체 이 인간들에 관한 뉴스들은 왜 그렇게 많이들 써 주는지 모르겠다. 사실 굉장히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내가 그 안에 살지 않아 모르는 건가? 자한당과 그 지지세력들은 정말 한국 사회의 암세포다. 일단 이들부터 사회 주류세력에서 밀어버려야 뭘 해도 하지. 자본 권력이 몽땅 이들 손아귀에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과연 시스템을 바꾸는 근본적인 사회개혁이 가능은 할지 가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거기다 대통령 지지자라는 사람들은 내부 총질이나 하고 있고(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것에 대한 트라우마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지 한참 지난 것 같다), 어제는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느 기자가 질문 태도 때문에 하루 종일 검색어에 올랐다는데 자세히 기사를 보니 뭐 그게 그럴 일인가 싶다. '이명박근혜 때는 한마디도 못하는 것들이' 라는 말들을 하나본데 그럼 촛불 들고 그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나서면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었나? 여전히 권력 눈치 보고, 그 권위에 눌려 말 가려하는 사회? 촛불 들고 나온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게 싫어서도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질문의 깊이나 내용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할 수 있지만 태도를 문제 삼는 건 잘 모르겠다. 지지자들 마음에 안 들수도 있겠지만 태도 말고 질문의 질에 대해 비판하길.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대단한 이유는 철저한 권위주의의 청산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그를 그리워하고 그의 뜻을 이어가고 싶다는 지지자들에 의한 이런 식의 비난은 좀 이상하지 않나?

이 나이쯤 되고, 외국에 나와 사는 덕분에 이곳 저곳 출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한국에서처럼 인간관계가 내 영역 안에 있는 비슷비슷한 사람들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하는 생각은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는 나라 출신들도 별 같잖은 사람들도 있고 어떨 땐 참 좋은 사람, 존경할만한 사람들도 보고... 이 모든 것들은 그냥 개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커뮤니티 전체적으로 좋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의 목소리에 구성원 다수가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기본적인 교육에 의한 시민의식이 그 사회의 질을 결정하는게 아닐까?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인해 너무 많은 것들이 뒤틀려버린 한국 사회를 생각하면 언제나 참 갑갑하다. 애당초 한국 현대사로 전공을 정하고 공부하던 시절에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답답해서, 그 느낌이 싫어서 그렇게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길인데도 미련없이 그만두고 떠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애당초 내가 역사공부를 제대로 할 만한 깜냥이나 되는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 즈음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고, 그러니 미련없이 손 떼고 떠날 수 있었겠지.

얼마 전에 남편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호주 사람들의 분리수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사실, 우리가 여기 살면서 느끼는 건 환경을 중시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다는 호주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시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리 높다는 생각은 안 든다. 심지어 딸아이 학교에서 호주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쓰레기 배출양이 많은 나라라며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법에 대한 교육을 따로 시키기도 했었다. 암튼, 그 대화의 끝에 너무 개념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 하나야 뭐... 이런 생각 말고, 남들이 하나도 안해도 내가 잘 하는게 내 시민의식 수준이지. 란 말을 했더랬다. 세상을 바꾸는 큰 일은 못 하는 소시민이지만 적어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남한테 피해는 주지 말며, 주변이 어떻든 나는 옳게 행동하며 살도록 노력해야지. 결국 세상이 바뀌는 건 그런 소시민들이 많아져야 가능한 일이니까. 우리 딸의 경우 온전히 학교에서 교육 받으며, 본인 스스로 책을 읽으며 깨달아가는 사회의식이 이제 열살쯤 되니 보일 때가 있다. 남들과 대화할 때의 기본적인 예의와 친절, racists나 sexists에 대한 거부감, 타문화에 대한 존중 (cultural sensitivity) 같은 것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되고 있는 과정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래서 딸이 그런 얘기를 언뜻언뜻 할 때면 참 뿌듯하고 좋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 시키고자 학교를 고르고 골라 보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호주 전반적인 일로 일반화 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내 아이 주변의 아이들은 그렇게 교육 받고 있는게 보여 다행이다.   

갑갑한 마음에 줄줄이 회의적인 말들만 쏟아냈지만 70-80년대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사실 참 많이 달라졌다. 역사는 원래 천천히 가는 거니까. 가다가 삐끗하더라도 내 나라가 어쨌든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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