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엠마가 5학년이 되면 꼭 하고 싶다고 그랬고 학년 초부터 기다렸던 Tournament of Minds 주 대회가 드디어 9월 초 Flinders University에서 있었다.

예원이를 호주에서 키우고 교육 시키면서 한국에서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는데 그건 시간의 차이로 인한 것, 공간의 차이로 인한 것 두 가지가 공존한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거의 30년 전인데다 80년대 아직 군부정권 하의 반공교육이 가장 큰 모토이던 시절이다보니 지금, 이 시대 한국의 초등학생들과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교육의 목표나 방향이 굉장히 한국과는 다르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정말 많다. 이 Tournament of Minds도 생전 듣도 보도 못한 competition이었는데 개인적으론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Tournament of Minds는 기본적으로 Problem Solving Competiton이라는데 처음 예원이가 준비를 시작할 때 학교에서 보낸 노트를 보면서도 이게 도대체 뭘 어떻게 하는 건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 교육관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여기 시스템이며 커리큘럼도 워낙 낯 설어서 평소에도 함부로 아이가 하는 걸 코치하지 않고 그냥 저 하는대로 두는지라 이번에도 역시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해 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Language Literature, Arts, STEM, Social Sciences 네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고 각각의 카테고리마다 주제를 주고 학생들은 6-7명 정도로 그룹으로 준비를 하는데 준비하는 기간은 정확히 6주를 준다. Long term challenge를 이 6주간 준비하는데 제한 시간 10분이 넘지 않는 길이로 짧은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 주어진 주제에 따라 각 그룹이 소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대본쓰기, 소품 만들기, 동선 짜기, Art 카테고리는 이번엔 뮤지컬을 만들어야 해서 안무까지 전부 아이들 힘으로 해야하고 심지어 당일날 소품도 어른들이 들어주면 감점이 된단다. 다만 facilitator라고 각 팀마다 아이들 지도해주는 선생님이 한분씩 계신데 준비하는 과정을 보니 선생님도 아이들을 끌어가기 보다는 아이들 각자의 강점이 맞춰 팀 내의 역할을 정해주고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거나 대본을 쓰면 약간의 조언 정도만 해주는 식이었다. 소품을 만들 때도 재료비 등등으로 사용되는 maximum budget이 정해져 있어서 이를 넘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long term challenge가 끝나면 Spontaneous Challenge가 있는데 이건 아이들이 선생님도 없이 테스트 장소로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토픽을 주고 5분 브레인 스토밍을 하고 바로 심사위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한다. 이 때 모든 디지털 기기는 물론이고 필기도구도 없이 빈 손으로 시험장에 들어가야 한다. 두 가지 성적을 합계해서 우승팀이 정해지고 각 주에서 우승한 팀들은 6주 뒤에 다시 Australasian-Pacific Finals에 다시 출전한다. 여기선 주제를 long term challenge도 대회 당일에 주제를 주고 3시간 만에 모두 준비해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일단 엠마의 준비 과정을 대충 돌아보자면 TOM은 우리학교 주니어스쿨에선 5-6학년만 참가시켜서 2학기부터 5,6학년 아이들 중에 TOM에 나가고 싶은 아이들을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점심시간에 불러 모아 연습삼아 한번씩 해 봤고, 3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일단 주제가 나왔을 때 아이들에게 토픽을 주고 하고 싶은 것 두가지씩을 골라 적어 내라고 했단다. 선입견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어떤 카테고리에 속한 토픽인지는 모르고 토픽만 보고 골랐다고 한다. 그걸 바탕으로 선생님들이 6-7명 사이로 팀을 만들었다. 물론 그룹을 만들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으니 원하는 애들이 다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엠마네 학교는 네 개 카테고리 모두에 한팀씩 참가했다. 우리 딸이 제일 잘 하고 좋아하는 쪽은 당연히 Language Literature이건만 따님은 토픽을 Arts와 Social Sciences로 골라서 Social Sciences 팀으로 정해졌고 맡은 역할은 Script Writer. 덕분에 6주 내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대본 쓰고 고치고 하느라 참 열심히 했다. Social Sciences를 고른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그 토픽이 제일 재미있을 것 같았단다. 우리 애들 정확한 토픽이 "Fence me in..." 어쩌고였는데 정확한 문장이 생각 안 난다. 암튼 애들이 이걸 환경문제로 풀어내서 아이들 아이디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대회 당일에도 얼마나 자신감 있게 잘도 하는지. 자신감 넘치게 즐기면서 해내는 울 학교 애들 모두가 너무 예쁘고 자랑스러웠던 날이었다.

 

올해 예원이네 학교는 Language Literature와 Arts에서 state winner가 되어서 지난 주말에 다윈에 다녀왔고 거기서 두 팀 모두 2등을 해서 honour를 받았다. 예원이가 속했던 그룹은 Social Science에서 남호주 2등을 해서 아쉽게 다윈에는 못 갔지만 그 과정 자체가 굉장히 훌륭한 배움의 과정이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노력, 여러 팀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제때 제대로 해 내는 방법, 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 남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똑부러지게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 목표한 것이 있어 마음의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도 즐겁게 하는 방법 등등... 

우리 딸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배우며 행복한 아이로 잘 자라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길, 내가 서포트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 능력이 되는 것까지는 열심히 도와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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