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세계사 20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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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도서관에 있는 한국 책들은 대부분 다 읽었고 그나가 한국 책이 가장 많은 Burnside Library에 갔다가 이 책이 있길래 오랜만에 다시 읽어볼 요량으로 집어 왔다. 읽은지 거의 20년 가까이 된 책이라 내용은 잘 기억도 나지 않고 박완서 작가의 대부분 작품들이 그렇듯 한국 전쟁이 일어나던 즈음이 배경이었건 것만 까무룩 기억이 있었다.

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폭격으로 반은 무너져내린 넓고 황량한 집에 단 둘이 살아남은 모녀. 엄마는 남편을 잃고 그나마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아들 둘을 한꺼번에 폭격으로 잃은 후 그저 숨만 쉬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고, 딸 경아는 PX 초상화부에서 일해 버는 돈으로 모녀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얼마간의 미움과 원망, 오빠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게 자신이라는 죄책감, 그 모든 일을 견뎌내며 세상을 보는 눈은 더없이 냉소적이지만 그녀가 깊숙히 남아 있던 세상에 대한 조금은 따뜻한 마음을 내 보이고 의지하는 이가 환쟁이 옥희도씨다. 경아와 어머니가 사는 폐허가 된 고가와 PX에서 일하고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 전쟁 중에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절로 뭔가 묵직하고 답답한 것이 가슴을 누르는 기분이 든다. 세상 어느 곳이든 전쟁 따위는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박완서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렇듯이 유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문제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듯 편안하게 다가오는 글. 그래서 예전에도 참 좋아했고 지금도 때때로 편안하게 쉬며 책 한권 읽고 싶을 때 그의 책이 읽고 싶어지곤 한다. 한권을 다 읽고 덮으면서 갑자기 <미망>도 읽고 싶어졌는데 엄마가 집에 아직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다. 있다고 하시면 배편으로라도 보내달래야지. 책 사고 싶다!!!

나는 아직도 책은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구식이라 전자책은 안 사는데 멀리 살면서 한글 책이 읽고 싶을 때 그만큼 물량 공급이 어려운지라 가끔 전자책은 어떨까 생각은 해보는데... 나에게 책읽기라는 행위는 그 안에 있는 글을 읽는 것만큼, 묵직한 책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고 종이 냄새를 맡고 하는 모든 것들이 다 포함된 일이라 여적 망설여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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