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ZAC day 휴일이라 온 가족이 집에 있는 날, 냉장고에 있던 소세지로 오랜만에 소세지 빵 구워 간식도 챙겨 먹고

오븐에서 나온 열기로 주방에 온기가 가득하다. 바람 불고 잔뜩 흐려 잿빚인 하늘도 꽤 오랜만이다.

온 가족이 책을 보느라 조용한 와중에 문 밖에서 쓰레기통을 비워가는 차 소리만 요란하다.

생각해보니 이런 한가한 순간도 꽤 오랜만이다.

방학 3주차에 접어들면서 아이는 계속 학교 갈 날만 손가락 꼽아가면 기다리더니

내일부터 시작하는 Code Camp에 가는 시간은 초단위로 따져가며 몇번씩 리마인드 해주고 있는 중이다.   

코드캠프 때문에 내일부터 학교에 가니까 결국 나에겐 개학은 내일부터나 마찬가지다.

아침 첫 일과가 리세스랑 런치 준비부터 시작되는 school days의 일상이.

 

##

지난 3차에 걸친 대선 토론회를 본 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해서

평화로운 일상 한켠으로 문득문득 무거운 생각들이 들이닥치곤 한다. 

몸은 떠나왔지만 아마도 늘 마음 쓰일 내 나라 걱정 뿐 아니라,

내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가... 류의 생각들이 말이다.

이런저런 정치 사회적 문제들은 제쳐두고,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는 어느 최고 엘리트의 추하고 볼품없는 민낯을 보았을 때, 

스마트 하다는 것은 지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나

남의 말은 한 마디도 진심을 다해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이

주로 내 아이 키우는 자세에 대해서 자꾸만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키워야 저런 사람은 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게 생각의 중심이다. 

 

아참... 한 놈, 그 사람같지 않은 놈은 제발 안 보고 싶다. -.-

어제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각 당 의원들이 나와서 (정의당 빠져서 완전 시작부터 빈정상했지만..) 

토론회 평가하는 거 듣다가 뚜껑 열리는 줄 알았음.

제~~~발~~~ 알겠으니까 일단 좀 듣자. 듣고 다시 반박을 하든 말든 하란 말이다. 

저 하고 싶은 말만 하는게 토론인 줄 아니??????

아... 다시 생각나니까 또 그때의 답답증이 올라오네.

 

                   ---   2017. 4. 25                 

 

###

어젯밤 4차 토론회를 보고 다시 이어 쓰기.

손석희가 진행해서 그런지 이전 세번의 토론보다는 좀 나았으나.....

나는 참 슬펐다. 정말 슬펐다!

평생 인권 변호사로 살아왔다는 후보가 "반대합니다"라고 홍준표의 개소리에 대답하는 순간. 정말 좌절감이 밀려왔다.

나는 지금 2017년의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보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

2017년 한국에서 누군가의 사랑이 찬반의 대상이 되고, 합법 불법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절망이다.

 

미치도록 투표하고 싶은데 이제 더이상 한국 선거에는 투표권이 없어서,

대통령이 되면 다섯 중에 제일 나을 것 같은 후보는 지지율이 너무 낮아 속 터지는 대선이다.

심상정이 적어도 홍돼지만큼은 이겼으면 좋겠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Hike from Waterfall Gully to Mt. Lofty Summit  (0) 2018.10.17
기다리는 동안  (0) 2017.05.01
Time flies.....  (0) 2017.04.20
작은 결심  (0) 2016.01.03
사람  (2) 2015.02.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