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는 저녁...


요즘 들어 많이 하는 생각인데
나는 정말 이 작고 소박한 도시를 이제는 정말 사랑하는구나...
처음 몇 년 너무 조용하고, 심심하고, 촌스러운 이 곳에 그리도 정이 안 가더니
그래서 더 심적으로 힘도 들었던 기억인데
이제는 똑같은 모습들이 여유롭고, 평화롭고, 소박하게 그렇게 느껴진다.

마음을 주고, 주지 않고는 참 많은 것을 달라지게 만드는구나.
돌이켜보면 예원이가 이 도시에 내가 마음을 여는 걸 참 많이 도와줬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동안 몰랐던, 혹은 마음이 안 가 억지로 모른척 했던 이 곳이 가진 장점들을
느끼고 볼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음.. 뭐 나쁘지만은 않은걸"에서
"여기서 예원이를 키울 수 있어 다행이야" 그리고도 더 나아가
"이젠 나도 이 곳이 좋아. 눈에 들어노는 모습들마다 다 예뻐보여"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
내 딸이 준 또 하나의 큰 선물이다.
내가 사는 곳을 진정 좋아할 수 있게 해 주었으니...
고맙다 딸아~


참.. 그리고 다른 이야기 하나.
거의 두 달 쯤 전이었나?
예원이 프리스쿨 끝날 시간이라 데리러 갔는데 화창하고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손톱보다 작게 보이는 비행기 한 대가 열심히 무언가를 파랗고 파란 하늘에 새겨 넣고 있었다.
뭔가... 한참 봤더니 스케일이 남다른 프러포즈였어. 하하.. 귀엽게도 마무리는 하트로~
Loreto College 여학생들은 꺄~ 꺄~ 소리를 지르며 눈에 부러움 가득 담고 목이 꺾어져라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게 또 더더더~ 귀여웠다. 이런 프러포즈며 그걸 보는 사춘기 아이들 눈빛이며 이런 것들이 다 귀여워 보일 때 문득, 아.. 나 나이 먹었구나, 싶다.
누군지는 몰라도 평~생 행복하길 바라며 이 귀여운 프러포즈를 내 카메라에도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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