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 영화를 봤더라면 어땠을까?
가끔... 아니, 자주 생각한다.

호주에 온 지 넉달쯤 지났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진정, 영화에 목말라 있었다. 특히 한국영화에 목말라 있었다.
짐이 너무 많아서 한국에 있던 내 DVD는 당연히 다 가져올 수 없었고,
그나마 챙겨온 몇개도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까해서
죄다 영국영화만 골라서 들고 왔었다.
그러던 차에 알고 지내던 한국 사람이 빌려준 CD에 이 영화가 있었다.
다시 CD에 구워서 아직도 잘 보관하고 있는 영화이며,
그 간 아마 한 세번쯤 봤던 기억이다.

한국에서 봤다면?
뭐, 그닥... 지금처럼 좋아라 했을까 싶다.
연기는 잘 하지만 별로 안 예뻐하는 임창정.
징그러울 정도의 애어른 꼬마.
스토리도 좀 상투적이고.

그치만,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눈물나게 행복했던 그때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이 좋아서였다.
내용이 별나게 재미나서여도,
주연배우가 무지 좋아서도,
좋아하는 감독이 만들어서도. 아니고.

그저,
영화에서 잠깐이나마 볼 수 있는
땅끝에서 보는 바다.
지리산 자락.
흔하디 흔한 시골 한구석의 구멍가게.
철원 어디메 쯤으로 보이는 추수가 끝난 논.

그날 밤에,
난 오랜만에 한국 산천을 마음 가득 담을 수 있었다.
아쉬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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