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웰컴투 동막골이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뉴스가
온갖 포탈사이트와 영화웹매거진을 장식하고 있을 때,
친절한 금자씨웰컴투 동막골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쓰던 딸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계시는
엄마 아빠께서 너는 내 운명까지 세편의 DVD를 사서 보내주셨다.

주간, 월간 영화 잡지 3가지를 수년간 정기구독 하고,
버는 돈은 탈탈 털어 죄다 책, DVD, CD 구입, 각종 공연 관람으로
다 써버리는 딸의 행태를 별로 맘에 들진 않아 하셨으나
멀리 나와 있으니 역시 안쓰러우셨나 보다.
한국 영화 DVD를 사기 어렵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운 받은 디빅들로
가끔씩 한국영화를 보지만 정품 DVD에 어찌 견주겠는가?!
아무리 화질이 최상이고 음질이 좋아도 역시 부족하다.

장진이 감독은 아니지만 당연히 그의 스타일로 가득 찬 이 영화 웰컴투 동막골.
그의 독특한 유머 감각과 무엇보다 좋아하는 장진의 페르소나.
강릉에 계시는 외할머니 생각이 나게 했던 익숙한 강원도 사투리.
게다가 이거, 제법 있을 법 한 일 아닐까?
그 시대 강원도 첩첩산중 골짜기에 있는 동막골 같은 마을이라면.

보는 동안 참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였다.
행복하지만 마음 한 켠이 짠해 오면서 코끝 시큰거리는 영화였다.
일단 웬만한 영화는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긴 해도
나는 이런 착한 영화 좋다.

역시! 장진이다.
사실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했을 때부터 장진 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꼭 챙겨보는
열혈 장진 매니아 내 동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킬러들의 수다를 보기 전까지는.
이제는 내가 챙겨 보는 입장이 되었지만. :)

내가 식민지 역사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고,
그 자그만 땅덩이 조차 허리가 두 동강 난 채로 살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여기 사람들에게 South Korea에서 왔다고 이야기 하면 셋 중에 하나는
꼭 북한에 대해서 물어 온다.
대학원의 한 친구는 학교에서 이렇게 배웠단다.
South Korea는 ‘good country’인데 North Korea는 ‘bad country’라고.. -_-;
정말로 꼭! 그런 표현을 쓰면서 얘기 하더냐고 물었더니, 그랬단다.
아무리 이들이 깊이 염두에 두지 않는, 별 관심 없는 작은 나라라고 하나,
그것도 secondary school에서 그 따위로 단순 무지하게 가르친다는 사실도 기가 막혔고,
영어가 짧아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해 줄 수는 없어 더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열이면 열 하는 얘기는 한국은 참 슬픈 역사를 가진 나라란다.
그래, 그건 그렇지… 그렇지…
대학시절에 -특히 한말 이후의 - 책을 읽을 땐 답답해서,
속이 상해서 읽던 책을 덮어 버렸던 기억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서 공부는 왜 더 하겠다고 나섰더랬는지 몰라. ㅋㅋ

두서없이 잡설이 길어졌다.
수다 그만 늘어 놓고 수업준비 하러 가야겠다.
언젠가는 누군가 이런 얘기들을 물어올 때 하고 싶은 얘기 다 해주려면
우야든동
지금은 일단 공부해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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