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저지른 무기수로 분하기엔 차승원은 역시 너무 잘 빠진 배우다.
촌스럽고 답답하게 앞머리를 내리고, 살을 빼고, 깔끔하게 면도하지 않은 얼굴이라도 그는 너무 잘났다.
몇년전 친구따라 우연히 패션쇼 구경을 갔다가 무대에서 본 모델 차승원이 너무 인상적이라 나는 그에게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극장이 뱃속 아가에게 매우매우 좋지 못한 환경이라는 소리를 듣고 올 해는 극장 출입을 금하고 있는 중이라 집에서 샘물이 열심히 다운 받아주는 영화들을 주로 보고 있다. 인터넷도 잘 안하고 몇개월을 살았지만, 보고 싶어질까봐 영화 관련 사이트는 아예 서핑도 안하고... 그러다보니 전.혀. 사전 정보 없이 본 영화였다.

장진 감독, 차승원 류덕환 주연. 이 사실만 알고 본 영화라 그랬나?
전혀 '장진스러움'이 보이지 않아 처음엔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감독이 장진이라는 걸 알고 영화를 보게되면 아무래도 기대하는 게 있으니까-

꼭 필요했을까 싶긴 하지만- 어쨌든 마지막 반전도 그야말로 나에겐 반전이었다.
사실, 없었으면 어땠을까 자꾸 아쉬웠던 점이기도 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기 손이 자꾸 비춰지던 장면이 의미심장하긴 했지만.

어쨌든 부모의 마음이란 그런 건가보다.
15년을 어떻게 자랐는지 살펴주지도 못한 자격미달의 아빠일지언정
그 15년 전에 심하게 때린 종아리의 상처가 고스란히 그 긴 세월동안 가슴에 그대로 자신의 상처로 남겨지고
열 배는 넘게 자랐을 아들의 손이 닿았던 촉감을 15년을 만나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는-
어찌보면 억지이고 어찌보면 뻔한 신파일지 몰라도 부모의 마음이란 사실 그보다 더하면 더하지 모자라지 않을게다.

너무 좋아 만족스러웠던 영화도 아니었고,
장진 영화란 말에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장진스러웁'을 발견해 즐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슬프지만 따뜻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편을 읽고 난 것 같은 포근한 기분이었다.

하긴, 컴퓨터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 무슨 말을 어디까지 할 수 있겠냐마는... ^.^


'밀양' 무척 보고 싶은데, 태교에 별로 안 좋은 거 아닌가 고민.
남들처럼 유별나게 태교는 못해줄 망정 그래도 좋은 거 보고, 좋은 생각하고 그렇게 지내줘야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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