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그가 떠난지 10년이란다.

네이버에 뜬 뉴스 제목을 보고 이게 다 무슨 소린가? 믿어지지 않았던 그 날.

예원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몇 시간이나 돌며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던 그 날이 벌써 10년 전 이란다.

추모식 사진 중에 부시(있지도 않은 대량 살상무기를 핑계삼아 전쟁을 일으켰던 인면수심의 부시가 그림이나 그리며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한 아니꼬움은 일단 접어둘란다.)의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고 있는 소녀가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있던 그 손녀딸이라는 기사를 보고나니 그제서야 진짜 10년이 지났구나 싶었다.

우리에겐 너무 일찍 받은 선물 같았던 사람, 그 선물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몰랐던 우리 모두.

그립고 그립다. 그리고 정말 너무너무 미안해서 더 가슴이 아린다. '젤 나쁜게 노무현 뽑아놓고 이민 간 놈들이래'이라는 말에 실실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치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정말 미안하다.

참여정부의 사회경제 정책 중에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그렇게 냉소적으로 등을 보여선 안 되는 일이었다. 2019년 지금까지도 거지같은 독재자 떨거지들이 아직도 그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을 치고 있는 마당에, 그때 그 시절에 그에게 모든 짐을 지워 놓고 모르는 척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다음에 한국에 갈 땐 예원이 데리고 꼭 봉하에 다녀오고 싶다.

 

그 곳에서 잘 지내시는요, 당신을 지키지 못한 우리는 이 곳에서 늘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이 곳 호주에서도 연방선거가 있었습니다. 그 날 투표를 하면서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그 말과 함께 말이지요.
당신이 추구했던 가치와 신념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어받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천천히 가는 수레바퀴이니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올거라 믿어요. 그러니 편안하세요.
늘 참 외로우셨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일 마음이 아픕니다.
이 곳에서도 저는 바람이 불면 여전히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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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TV 보다가 이 영화 얘기가 나와서 다운 받아 엠마랑 함께 봤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릴 적부터 기본 인식을 잘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라 영화를 즐겁게 보면서 소수자들의 연대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서 같이 봤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혼자 책을 읽으면서도 인권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고 생각도 하는지 종종 나한테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나 인종차별, 타문화 혐오에 관련된 사건에 대해 종종 의견을 물어오기도 하기 때문에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걸리는 건 swearing words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서 영화 보기 전에 미리 영화 속에 나오는 언어들에 대해 과하게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얘길 미리 해 두고 시작. (얘는 빌리 엘리어트 볼 때도 대사 한 문장에 몇번씩 나오는 욕설들이 영화의 옥의 티였다고 불평했었음.)

어쨌든 영화를 다 보고 난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Such a good movie!!" 였고 나도 남편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우리가 '국민학생' 시절 마가렛 대처를 철의 여인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훌륭한 여성 지도자 쯤으로 배웠던 기억이 나서 코웃음이 나왔다. 어릴 때 그 따위 교육을 받고 자란 내가 참 안쓰럽기도 하면서 아무리 그렇게 교육을 시켜도 결국 정 반대의 길로 내 모든 사고체계가 자라온 걸 보면 막상 독재자들이 아무리 기를 써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구나 싶기도 하다. 정부가, 조직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구성원을 이용하고 필요 없어졌다고 내팽개쳐 버리는 일이다. 구성원 전체가 조금씩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핑계로, 이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쓰레기 버리듯 그냥 내 던져 버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최소한 절대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조(브롬리^^ 어쩐지 이 이름이 더 잘 어울림)가 가족들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들키고 엄마가 하던 말 중에 외로운 삶이 될 거라고 하는 장면에서 따님은 진심 분노했다. 뭐 저런 Parents가 있냐며... 그럼 아들이 외롭지 않게 가족이 옆에 있어줘야지 대체 저게 무슨 소리냐면서. 갑자기 재작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호주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 연방 정부에서 설문 조사를 했었는데 진지하게 엄마 아빠는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고, 당연히 우리는 합법화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투표지에 표시해서 보냈다고 했더니 그 소리를 듣고 그래서 다행이라는 듯 엄청 행복해하던 딸 얼굴이 생각난다. ㅋㅋㅋ
그래그래 앞으로도 명심하고 자라거라 딸아. 세상 어떤 사람도 그 사람의 인종, 성별, 나이, 성정체성 등등 어떤 것 때문에도 차별 받아서도, 차별을 해서도 안되는 일이란다.  엄마랑 아빠는 너의 academic achievements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이치를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네 교육에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란다. 잊지 말길...

 

영화 속 명장면 중의 하나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함께 'Bread and Roses' 를 부르는 장면. 진심으로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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