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가을, 로모로 찍은 사진들. 여주 답사갔다 찍은 사진으로 기억한다.

얼마 전에 남편이 며칠에 걸쳐 하드디스크를 대대적으로 정리했길래 살펴보려다가 옛 사진들을 정리해 둔 폴더를 열었다. 거기, 15년 전의 나와 남편, 그리고 나의 지인들의 얼굴이 툭툭 튀어나와 잠시 그 때가 떠올랐다. 이렇게 시간이 훌쩍 훌쩍 지나가는 건 줄 정말 몰랐던 그 시절.

요즘은 가볍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가끔 찍고, 가끔 풍경 좋은 곳에 갈 때 엠마 사진을 찍으려고 DSLR을 들고 나가긴 하지만 그 마저도 정말 손에 꼽을 만큼이다. 로모 카메라랑 SLR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을 보니 새삼 느끼지만 확실히 디지털 사진들이랑 다르긴 하다. 한창 로모 카메라로 사진 찍는 재미에 빠져있던 그 때 생각이 났다. 처음엔 필름 한 롤을 찍으면 한 두장 건질까 말까 하던 그 어려웠던 카메라는 지금도 내 오랜 SLR 카메라 가방 -열어 보지도 않은지 아마 족히 10년은 되었을 법한- 한 구석에 고이 모셔져 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이게 대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가 현상을 하고 필름 스캐너로 하나하나 스캔을 해 보면 대부분 실망스럽지만 그 중에 맘에 드는 사진이 점점 늘어가면 씨익 혼자 웃음이 나오곤 하던 그 작은 카메라. 지금은 솔직히 너무 오래 구석에 박아둬서 카메라들이 멀쩡할지도 모르겠다. 그 오래된 사진 폴더 안에는 구식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15년 전의 내 얼굴도 있었고, 그 시절 친구들 선배들 동료들 얼굴들이 다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던 풍경들도 잔뜩... 그 사진들을 하나씩 열어보고 있자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진다. 역시 기록은 중요하다. 글도, 사진도 이젠 영상으로도....

그런데 그 생각의 끝에서 결론은 우리 딸 사진 많이 찍어둬야지!로 마무리 되는 이상한 현상. 이눔의 딸이 이제 컸다고 엄마가 아무때나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안 좋아하고... 허락 받아야 사진 찍을 수 있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이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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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메모장에 책 읽다가 적어둔 구절이 있길래 여기 옮겨둔다. 최은영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꽤 마음에 들었던 단편들이 모여 있던 책으로 기억하는데 읽은지 꽤 지나서 뭔가 리뷰를 끄적이기엔 아쉽게도 내 비루한 두뇌의 메모리에 저장된 내용이 모자란다.

내게 무해한 사람
국내도서
저자 : 최은영
출판 : 문학동네 2018.06.30
상세보기

 

어린 시절은 다른 밀도의 시간 같다고 윤희는 생각했다. 같은 십 년이라고 해도 열 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 이후 지나게 되는 시간과는 다른 몸을 가졌다고. <지나가는 밤> 최은영


그때의 엄마는 언제나 혜인에게 미안해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엄마 앞에서 혜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떤 나이까지 자식은 부모를 무조건 용서하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마음도 없이 자연스럽게. 어떤 이유도 없이 무조건 부모를 좋아하는 마음처럼, 아이들의 마음은 어른의 굳은 마음과 달라 자신의 부모를 판단하지도 비난하지도 못한다고 혜인은 생각했다. <손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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