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년밖에 안된지라 내가 이 나라 이 땅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그 1년동안 살면서도 내 나름대로는 이곳에 살기가 확실히 좋은 점, 나쁜 점들이 몇가지쯤 있다.
- 흠흠.. 생각해보니 언제 아들레이드 장단점을 한번 올려보면 재미있겠네. :) -
우야든동,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 도.서.관.

우리 부부는 오빠나 나나 책 욕심이 워낙 많은 사람들이라 한국에서도 사실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빌려 읽기보다는 주로 사서 읽었다. 읽고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해두는 기쁨을 워낙 즐겼던지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와 지역 도서관들을 이용하면서 느낀점은 만약 한국에도 이런 도서관들이 갖추어져 있다면 책을 그렇게 마구잡이로 사 들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요즘은 한국도 시립, 구립 도서관들이 예전보다는 잘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여기랑은 비교가 안되는 듯하다.

아들레이드에는 각 지역마다 시 의회에서 운영하는 public 도서관이 모.두. 있다. 지금 우리 집에서 가까워 이용하고 있는 도서관만 해도 두 곳.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 당연히,책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든 모든 도서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야 당연히 책 대여, 잡지나 신문 구독, 뭐 앉아서 책 볼 수 있는 공간 등등... 하지만 이것도 한국과는 천지차이다. 일단 대여기간은 한달! 한번에 빌릴수 있는 최대 권수는 보통 무려 서른권이다. 이렇게 빌릴 수 있는 양이 많아서 그런지 여기 사람들을 보면 아예 커다란 장바구니 같은 가방을 가져와서 한번에 왕창 빌려가곤 하더라. 그리고 대여기간이 길고, 구비된 책 종류들도 아주 다양해서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공부하면서 필요한 책들도 요긴하게 잘 빌려다 편하게 보고 있다.

# DVD, Video, CD
도서관에서 DVD, 비디오, CD등을 빌릴 수 있다. DVD , CD도 최신 영화나 앨범이 출시되면 바로바로 구비해 두고, 오래된 영화들 TV 시리즈, 다큐멘터리..등등 아주 다양하다. 대여기간은 보통 1주일 (CD는 2주일) 정도고 이런 아이템들은 보통 DVD는 한번에 5-7개, CD나 비디오는 한번에 10개 정도 빌릴 수 있다. 아주아주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간 빌려다 본 DVD가 수십개는 될 듯, 어학원 다닐 때는 여유 시간이 많아서 영어공부 핑계로 일주일에 영화를 평균 5개 정도씩은 빌려다 봤던 것 같다.

# 장난감
내가 정말 정말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장난감 대여 서비스이다. 이건 당연히 아직 이용해 본 적이 없는지라 몇개나 빌릴 수 있고 대여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그런 건 모르지만 정말 멋지지 않은가! 몇년 전 쯤,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VJ특공대 같은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장난감은 아이들이 싫증내면 애물단지가 되는지라 장난감 대여 사업이 뜨고 있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여기선 그게 도서관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인 것이다. 이런 건 한국에서도 당장 시행되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장난감 충분히 사 줄 수 없는 부모들이나 그 아이들에게는 참 좋을텐데 말이지...

# 보드게임, 퍼즐 등등
이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던데 보드게임이나 퍼즐, 체스판 등등 어른들을 위한 게임도 빌릴 수 있다. 처음 봤을 때는 좀 신기했더랬다. 무슨 도서관에서 게임을 다 빌려주나 싶어서... ^^;

# 어린이 놀이방 및 이벤트
모든 도서관에 어린이 코너가 따로, 아주 잘 만들어져 있고, 때때로 주말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공연도 한다. 책은 당연히 많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 공간도 잘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주말에는 가족들이 함께 도서관에 와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다른 아이들이랑 놀기도 하고, 책도 보고, 부모들 역시 책 보고, 음악도 듣고.. 그러다가 집에 가면서 책 한뭉치씩 빌려가고...

# 컴퓨터 관련 서비스
다음은 인터넷 서비스. 인터넷 요금이 종량제인 호주라서 한국처럼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무료 인터넷 서비스. 구비되어 있는 데스크탑 뿐 아니라 본인의 노트북 컴퓨터로 무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기 전에 정말 유용했다, 무선인테넷 서비스..! ^^ 그리고 당연히 복사, 프린트, 스캐너, 팩스 등을 이용할 수 있고...

# 스터디 룸, 교양강좌
그룹 스터디나 세미나를 위한 스터디룸 제공, 그리고 각종 교양강좌들-요가, 필라테스, 어학강좌, 등등 한국의 지역문화센터의 서비스랑 비슷하달까..-도 운영되고 있다.


한쪽 구석에는 헌책이나 잡지, CD, DVD, video등 도서관에 있던 것들을 쌓아두고 10센트, 50센트 정도씩 파는 곳이 있는데, 여기도 잘 뒤지면 가끔 좋은 것들을 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도 티트리 도서관에서 세권 건졌다. 유후~ ^^

도서관 직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정말 친절한데, 전체 직원의 30%만 정식 직원들이고 나머지 70%는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란다. 예전에 미국에 갔을 때, 그들의 자원봉사 문화에 깜짝 놀랐었는데 대부분 서구권 문화 국가들은 자원봉사가 아주 당연한 것 중의 하나인가 보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 이제 그만해야겠지만 암튼, 긴 이야기의 결론은!
언젠가 한국에도 이런 질 높은 public 도서관 서비스가 제공되는 날이 오길!!!!
그러면 세금 내는 돈이 좀 덜 아깝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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