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밤에 비가 많이 왔나보다. 새벽에 엠마 수영 트레이닝 데리고 가느라 5시에 집을 나섰는데 밤새 비가 왔는지 바닥에 고인 물이 흥건했다. 늘 밤 시간에 바람 불어대며 쏟아졌다 말다 하지 말고 집에 있는 날 낮 시간에 주룩주룩 비가 오는 날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좀 차분해질 수 있는, 따뜻한 차 한잔 옆에 두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는 그런 비 오는 날. 그런 날씨 본지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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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는 안 그랬냐마는 지난 주부터 대한민국 국회 뉴스를 보면 진짜 부글부글 속이 끓어서... 아!!! 그냥 안 보고 안 듣고 관심 끊고 살면 좀 속 편할까 싶은데 난 그게 왜 그리 안 되는지 모르겠다. 바퀴벌레를 완벽히 퇴치 하기는 늘 어렵지. 양심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한국 사회 바퀴벌레 같은 족속들!!! 니들이 감히 독재타도니, 헌법 수호니 하는 말들을 떠들어댄단 말이더냐?! 뭐? 아스팔트 촛불 쿠데타???? 감히 자칭 민주투사가 되었다고???? 그래, 저렇게 떠들어대는 니들이 김근태, 김홍일, 박종철 등등 수많은 진짜 민주투사들이 받은 고문 딱 하루만 견뎌봐라. 그럼 내가 그 쓰레기 같은 말 들어는 주마.

아! 진짜 뚜껑이 열려서.... 후우~~ 들숨 깊게 한번, 날숨을 또 깊게 한번..... 진정해야지....
1970년대, 1980년대를 돌이켜보면 분명히 앞으로 걸어왔는데, 현재만 생각하면 늘 그 자리에서 자꾸 뒤로만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 나라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라도 뒤로 가지 말고 앞으로 가길 늘 기도하고 응원하고 멀리서나마 함께 분노하고... 나는 그렇게 살겠지.

여기도 5월 18일이 Federal Election이다. 처음 호주에 와서는 당 이름만 생각하고 나중에 시민권을 받으면 당연히 노동당을 지지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직 지지 정당따위 없다. 노동당은 Union이 굉장히 부패하고 소수의 핵심 멤버들이 파워를 독점하고 있다고 호주 친구한테 들었고, 그렇다고 자유당에 표를 주자니 거긴 또 나랑 세계관이 너무 다르다. 별 것 아니지만 동시에 매우 귀한 내 한표 어디 던져줄까 고민하다가 '역시 권력이랑 강해지면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남용되는 것인가?!' 라는 근원적인 고민에까지 이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여긴 내 맘에 드는 정당이나 후보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니라 preference 투표라 호주 정치 지형을 거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더 어렵다. 투표를 안 하는 건 싫고, 그렇다고 대충 랜덤으로 번호 쓰는 건 더 싫고. 일단 몇몇 소수정당 중에 극우성 슬로건이 보이는 당들은 무조건 제외 시키고 나머지 후보들에 대해선 시간 날 때 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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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가 도착해서 읽기 시작! 삼국지를 수십번은 읽었다는 남편에게 일단 우선권을 양보하고 1권 끝낸 다음에 나도 읽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몇몇은 지명도 인명도 새삼스러워서 지도도 찾고 인물 검색도 간간히 하면서 읽느라 후딱후딱 권수가 넘어가고 있진 않지만 재미있다. 그래도 대학 다니면서 남들보다 열심히 한자 공부도 하고 경서도 읽고 그랬는데 15년을 안 봐서 그런가.... 정말 너무 많이 까먹었다. 나란 인간의 두뇌는 이렇게 저장 능력이 모자란건가...... 하는 자괴감이... ㅠㅠ 그나마 읽는 건 좀 나은데 쓰는 건 진짜 헤깔린다.
역시 공부란 계속하지 않으면 말짱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는 자명한 진리를 다시 매일매일 깨닫는다. 이제 6학년인 엠마가 수학 공부하다가 모르는 문제 풀어줄 때도 '어머나... 헉!!'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번에는 작년이랑 재작년 Da Vinci Decathlon 수학 문제를 한번 쭉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남편한테 넘겼다. 전엔 남편이 초등학생 수학을 봐 주면서 고딩 가르치듯이 해서 일단 어느 정도 학년까지는 내가 봐 주겠다고 했던건데 이제 슬슬 어려운 것들은 샘물보고 봐 주라고 했다. 썩 좋아하거나 잘하는 과목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수포자까지는 아니었는데 초딩 수학 문제가 한눈에 안 들어오다니 싶어서 좀 그랬다. ㅋㅋㅋ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아닐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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