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여름 호주는 참...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날짜도 못 잊겠는데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진짜 엄청난 더위가 애들레이드를 덥쳤는데 나흘 내내 45도-47도의 기온이었고 그나마 남호주 외곽 지역은 그 보다 높이 올라간 곳도 있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가물어서 바싹 바싹 마른데다 상상 못할 더위, 거기다 바람까지 심하니 산불나기 정말 딱 좋은 조건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9월부터 시작해 계속 확산되어 아직까지도 완전 진화는 안 된 East Coast의 산불만큼 심하진 않았지만 여기도 그 더위가 있던 시기에 힐에서는 산불이 나서 Woodside 근처 사람들은 대피하고 농장도 많이 불타고 그랬다고 한다. 캥거루 아일랜드는 아예 불에 초토화가 된 상태. 산불이 이 지경인데 총리라는 인간은 가족이랑 같이 하와이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갔단다. 나 참... 정말 자한당 국회의원들만큼 이해가 당최 안되는 사람이다. 총리라는 사람이, 불이 그 때 난 것도 아니고 9월부터 시작되어 안 꺼지고 사람까지 죽고 난리인데 휴가를 떠날 생각 자체를 할 수 있었다는게 도무지.... 제 정신인가 싶었다. 호주의 문제는 지금 보수 정권이 이런다고 노동당을 뽑아봐야 전혀 어떤 대안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노동당도 광산 기업들로부터 주로 서포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대안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참 비슷하다. 한국도 아무리 민주당으로 정권을 바꿔봐야 결국 반노동 친대기업으로 계속 기울어지고 있으니... 결국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정점에 서 있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겠지만. 게다가 여기는 나라가 크고 사람들은 그 큰 땅에 흩어져 사는데다 다들 개인주의, 가족주의가 너무 강해서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서민들이 결집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내가 호주에 대해 알긴 얼마나 알겠냐마는 지금껏 살면서 느낀 개인적인 평가는 그렇다. 

어쨌든 NSW와 Victoria 산불 지역에는 며칠 전에, 그리고 애들레이드에는 어제 오랜만에 달게 비가 내렸다. 일상 생활에서 작게라도 실천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은 하는데 그렇게 마음 먹고 평소 하던 일들을 그대로 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탄소 에너지와 환경에 해를 끼치는 물건들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게 된다. 별거 아닌 작은 거라도 하나씩 고쳐보자고 다짐을 다시 한번 굳게!! 해본다. 내 딸이 살아야할 땅인데...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은 무조건 닥치고 Ecology!!

 

++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아이와 아이 친구들을 보면서 어릴 때의 순수한 모습들이 없어지고 점점 틴에이저 모습이 보일 때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면서도 아쉽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올해 7학년이 되는 아이들이니 당연히 그럴 나이들인데도 엠마 학교 친구들이 어릴 때 워낙 순둥하고 착한 아이들이 많았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 게다가 학년이 올라오면서 새로 유입되는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 숫자가 늘어나니까 크면서 부각되는 성향이 따라 그룹이 만들어 지는데 엠마한테나 다른 엄마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면 그 중 한 그룹의 아이들이 좀 튀는 모양이다. 나는 엠마랑 관계있는 일이 아닌 이상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모르는 편이지만 뭐...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지기도 하는 듯. 우리가 처음 애들레이드에 왔을 때만해도 여기 아이들은 아직 한국, 그것도 서울에서 크는 아이들에 비하면 훨씬 순수하고 온화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긴 우리 딸 나이 정도면 당연히 어른들 하는 얘기 다 듣고 이해할 나이인데 거기다 요즘은 SNS까지 다들 하니까 예전같긴 당연히 어렵겠지. 나는 옛날 사람에다 꼰대라 그런지 너무들 빨리 이렇게 변해가는게 좀 아쉽다.

엠마가 학교 친구들이랑 하는 그룹 채팅창에서 어떤 아이가 보낸 링크라며 틱톡(이게 그렇게 유행인가 봄. 엠마는 내가 허락을 안 해준 관계로 계정은 없지만 종종 애들이 공유하는 영상들이 많다고 한다)에 올라온 걸 보냈는데 애들레이드 사립학교들을 다 레벨별로 나눠서 재미로 만든 영상이었는데, 살짝 놀라기도 씁쓸하기도 했지만 그게 애들 탓할 일은 아니다. 여기 시스템 돌아가는게 그런데 어쩌겠나. 진짜 신자유주의가 사회 전반을 다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거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이민자의 자식으로 이 사회에 자리잡고 살아야 하는 딸아이'를 위한다는 부모의 입장때문에 라며 그 시스템에 순응해서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 뭐라 할 말도 없긴 하다만...

 

오랜만에 블로그 열고 머리 속에 도는 얘기들을 늘어 놓다보니 어째 다 좀 울적한 얘기들이다. 오늘은 이만.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른 겨울  (0) 2020.06.25
양 손에 사탕과 초콜릿을 들고 고민했던 이야기  (0) 2020.04.21
20190919  (0) 2019.09.19
無題  (0) 2019.05.01
School Holiday 시작  (0) 2019.04.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