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부끄러운 일이지만,
생각해 보면, 살면서 내가 최선을 다해 매진했던 일이 뭐가 있었던가 싶다.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일에 늦는다던가, 안 하고 넘어가 버리는 일은 없었지만 늘 내일까지라면 오늘 하고, 오늘까지라면 어제 겨우 끝내고.
뭔가 미리 준비해서 미리 끝냈던 일이 있었던가 싶다.
고등학교 때도, 대학 시절에도 늘 시험 때는 벼락치기. 심지어 대학원 다닐 때 수업준비도 세미나 준비도 전날 벼락치기. -_-; 대입 시험 준비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 공부했던 기억이 없네. 흠… 양심 좀 있어라 지현!
학생들 가르치던 시절에 수업준비도 그냥 해야 할 만큼만 했더랬다. 가끔은 그 때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젠 다들 스물 넷 다섯쯤 되었겠구나.

게다가, 나란 인간은 좋아하는 것'만' 죽어라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좀 병적일 정도로.
그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내게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도 말이다. 고3 때도 다들 영어책 수학책 잡고 있을 때, 나는 서점 역사책 코너에서 내 맘대로 골라온 책들만 잡고 있었다. 한번은 야자시간에 그런 책들을 읽고 있는 걸 담임선생님께서 보셨다. 소설책 정도만 되었어도 꾸중을 하셨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시고 이런 책은 대학가서 실컷 보라고 하시더라. ^^;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삶이지만, 세상 어느 누구도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절대 없다. 딱히 그런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지만, 요즘들어 이래저래 돌아보니... 즐겁게 사는 것! 바로 그게 스무살부터 10년간 내 삶의 모토였던 것 같네.

헌데 이런 자세로 계속 산다는 건,
내 자신에게 너무 미안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많이 한다.
내 노력을 최대한 들여 한가지 일을 마무리 지었을 때 느끼는 개운함을 나중에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 보았을 때, 내 인생 전체를 두고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나에게...
이제 나는 더이상 20대가 아니다. 스무살이 아니다.

나는 아직, 내 나이에 맞게 성숙하지 못했다.
아직도 나는 너무 어리다.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반성을 깊이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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