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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 어느 비치에서 찍은 사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몇 개월만에 확인한 필름 속에 담겨있는 따뜻한 아니 더운, 그치만 반가운 여름이었다.
어제 하루 잠시 맑더니 밤부터 거의 태풍이 오는 것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졌다.
지난 여름, 지독히도 가물어 비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싸-한 겨울 바람을 그리던 마음은
간사하게도 스산한 아들레이드 겨울의 한 가운데서 다시 따뜻한 햇살과 가벼운 옷차림을 기다리고 있다.
강이가 추울 때 태어나지 않는 게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