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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라 하는 물건들 중의 하나는 책상이다.
예전에도 가끔 엄마랑 쇼핑을 가면 가구 코너에서 제일 관심있게 보던 물건은 책상.
사실, 결혼 전에 난 가구나 그릇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옷이랑 화장품 구경도 귀찮아 했었다.
그래서 엄마는 딸 가진 재미 중의 하나가 함께 쇼핑하는 거라는데
우리 딸이랑은 그 재미가 없다고 가끔 농 삼아 불평도 하셨더랬다. ^^;
지금 쓰는 이 작은 책상은 나의 세번째 책상!
부모님께서는 어린 딸의 국민(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짙은 갈색 보루네오 책상을 선물해 주셨다.
그 책상을 6학년 때까지 잘 쓰다가, 정리!보다는 늘어놓기 선수인 딸을 위해
중학교 입학 선물로 다시 책꽂이가 훨씬 넉넉한 두번째 책상을 선물해 주셨다.
그 두번째 책상은 내가 서른이 될 때까지 함께했다.
그 책상 위에서 고입 연합고사와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도 했고,
한 밤중에 라디오를 틀어 놓고 턱을 고이고 앉아 공상에 빠지기도 했고,
사춘기 시절엔 가장 좋아하던 작가 신경숙의 문장 한줄 한줄에 가슴 시려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시험 기간마다 치뤄야 했던 벼락치기 전쟁도 이 책상에서 였고,
졸업 후 2년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수업 준비도 했고,
석사 논문도 이 책상에서 썼다.
-논문 준비한다고 대학원 연구실에도 잠시 나갔더랬는데, 익숙한 공간이 훨씬 편하더라.
지금 쓰는 책상은, 신랑이 직접 조립해 준 책상!
-여긴 가구를 사면 보통 직접 조립해서 써야 한다. 고가의 가구들을 제외하면.
집에 있는 책상 두 개 중에서 먼저 구입한 것이다.
호주에 도착하고는 3일 만에 집도 구하고,
필요한 가구들과 전자제품들을 다 구입하느라 제대로 물건을 잘 골라 사지 못했다.
특히, 소파랑 TV는 대표적으로 실수한 물건들. -_-;
원래는 욕심 많은 내가 큰 책상을 쓰겠다고 한동안 쓰다가 이사 하면서는
전공이 전공인지라 두꺼운 책이랑 컴퓨터를 늘어 놓고 공부해야 하는 오빠와
책상을 바꿨는데 작은 이 책상에 점점 정이 들어가고 있다.
처음엔 책상이 워낙 작은데다가,
15년 이상 사용하던 책상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불편했다.
그치만 물건이란 게 정 붙이기 나름.
특히,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야 하는 나에겐
더욱 쉬이 익숙해지게 되는 작은 내 공간이다.
잠시, 책상위의 잡동사니들 일부! 공개. 모두 공개하면 이미지 훼손이 우려되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