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lph Breaks the Internet

예원이 낳고 기르면서 블로그에 남기는 대부분의 영화는 age rating이 주로 G 아니면 PG인 듯. 동심이 팔팔 살아 숨쉬는 종류의 감성을 가진 사람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ㅋㅋㅋ 그래도 예원이 10살 넘어가면서는 같이 극장에 가도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실사 영화도 관람할 수 있어져서 진짜 좋다. Wonder같은 영화는 정말 너무너무 좋았던 작품이었고... 1편을 예원이랑 봤을 때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보더니 이 영화도 어찌나 기다리던지... 사실은 지난번에 메리포핀스를 보러 갔을 때 이거랑 메리포핀스를 놓고 고민했었는데 암튼 드디어 봤다.

개인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큰 팬은 아니지만 그래도 온갖 디즈니 공주님들이 다 등장하는 게 반갑긴 했다. 예원이도 좋아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대부분 빅히어로6, 인크레더블, 그리고 이 랄프 시리즈를 좋아하는 걸 보면 공주님 취향은 확실히 아닌 듯. 적어도 Nutcracker보다는 재미지게 봤음. 리츠님이 블로그에 남기신 리뷰처럼 나도 결말에 대해 같은 생각을 했다. 최상의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그냥 평이했다. 코코나 인크레더블처럼 재미있게 본 작품은 아니었다.

보면서 난 오히려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여러가지로 많이 했는데 아이들도 어른들도 나와 가까운 관계의 누군가에게 너무 집착하는 순간 그 관계가 굉장히 피곤하게 된다는 사실은 늘 유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예원이 경우 4학년 때 친하던 프렌즈그룹 아이들 사이에 있던 작은 트러블이 결국 어느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집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유지되던 6명 아이들의 관계가 나뉘어 버리게 된 일이 있었는데 아이가 보면서 그 때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긴 했다. 

 

 

# Crazy Rich Asian

개봉한지 한참 지났지만 얼마 전에 친구가 지난 방학때 아이들이랑 남편이랑 같이 봤는데 꽤 재미있었다길래 우리도 다운 받아 봤다. 보면서 계속 "헐~ 이 어디서 많이 봤던 느낌의 스토리 전개는 뭐지?" 하면서 남편이랑 낄낄거렸다. 16편짜리 한국 미니시리즈를 두시간 짜리 영화에 압축해서 담아둔, 딱 그 느낌이었다. 재벌인 줄 몰랐는데 알고보니 남자는 어마어마한 집안의 상속자에다가 아무것도 없지만 본인 하나는 똑부러지게 야무진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싫어하는 집안 어른들, 그리고 남자 주변의 개념없는 친구들의 텃세와 괴롭힘.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출생의 비밀까지... 헐!!! 전부 다 있잖아?! 이게 북미에서 꽤 인기가 있었다는데 이런 스토리가 거기서도 먹히는구나... ㅋㅋㅋ 굉장히 익숙한 이야기지만 앞에서 말했듯 2시간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인지 지루함 없이 봤다. 다만 이런 스토리는 남주가 더 비현실적으로 훌륭한 외모면 좋았을텐데.. 그랬음. 하긴, 비아시아권 사람들한테는 이 영화 주인공 인물이 더 먹힐지도 모르겠다. 내 기준에선 굉장히 올드하고 촌스럽게 잘생긴 배우라... ㅋㅋ 

 

 

# 완벽한 타인

보는 내내 아오... 내가 너무 어쩔줄 모르겠는 바람에 참 힘들었던 영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딱 일곱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영화인데 이렇게 한치도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려울 수가... 싶었다. 대체 왜 저래? 싶으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들고... 모든 사람 앞에서 누군가 하나 발가벗겨지는 느낌이 계속 들었던 영화다. 배우들 연기도 이서진 빼고 다 괜찮았다. 특히 염정아! 역시 염정아! 조진웅의 경우 예전에 살 다 빼기 전 어느 사극 미니시리즈에 (추노였나? 기억은 안 난다) 조연으로 나올 때부터 굉장히 눈에 띄었던 배우였는데 어느 순간 연기파 주연급 배우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나는 오히려 조진웅 연기가 좀 부담스러워 진 시점이 있었다. 뭔가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서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 인물로 감정이입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배우였달까? 게다가 굉장히 다작을 하고 있긴 한데 대부분 작품들이 썩 별로였다. 이건 뭐 굉장히 개인적인 영화 취향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부담스럽지 않게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조진웅을 러닝타님 내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잘 유지되려면 100% 솔직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영화니까 각자가 가진 비밀들이 그야말로 40년지기 친구 사이, 부부사이를 다 파탄낼 만한 것들이 나오긴 했지만 각자 개인적이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터넷과 스마트 폰이라는 하이테크 떄문에 가끔 작고 네모난 스마트 폰 안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람들은 각자의 또다른 세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게 다 까발려지면 정말 파탄나는 관계도 있겠구나.

영화 자체보다도 오히려 보고 나서 드는 이런 저런 생각들 때문에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한국 살 땐 한번도 그런 생각 안해봤는데 여기 오고 나선 왜 그렇게 한국인들 하고의 관계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몇가지 경험 후에 아예 한국인들 하고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내 쪽에서 피하려고 하긴 하는데 어쩔수 없이 유지하는 누군가와의 관계도 참 피곤하고, 지들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걸 대놓고 치사하게 굴기도 그렇고... 아 진짜 호주 와서 참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가 한국 성당 잠깐 나가서 한국사람들 만났던 일이다. 영화 얘기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이야기가 너무 곁가지로 샐까봐 여기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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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국내도서
저자 : 황현진
출판 : 문학동네 2011.09.07
상세보기

 

역시 Burnside Library에서 빌려다 읽은 책. 이 곳 도서관에 있는 한국 책은 아무래도 수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취향에 맞춰 골라 읽는다기보다 마구잡이로 보이면 일단 빌려다 읽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뭐 이런 개떡 같은 책이 다 있지? 작가 맞아? 종이랑 시간이 아까워"하는 식으로 책 읽다가 육두문자를 쏟아내게 만드는 책을 만나는 아주 기이한 경험도 몇 번 있었다. 그런 마당에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라는데 안 빌려올 이유가 없었지.  

책을 빌리면서 표지를 봤을 때 성장소설이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종류의 성장소설이라 부를 이야기는 아니었다. 내가 너무 편견에 갖혀 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만생이 자라온 공간인 용산구 한강로, 새롭게 생활 터전이 된 이태원 등의 공간과 인물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좋았다는 점이다. 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뭔가 겉도는 이야기? 나로 하여금 깊에 빠져들게 하지 못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선과 만생, 유진과 만생, 태화와 만생의 관계가 모두 그랬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뭔가 좀 아쉬워 쩝쩝 입맛을 다시게 하는 느낌이 아마 이 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상작이라니까 뭔가 내가 보지 못하는 무엇을 심사위원들은 발견했겠지. 길게 남길 감상은 별로 없었고 읽었다는 기록 정도 남겨두는 걸로 아쉬움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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